“지금처럼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개발을 게을리하면 10년 뒤에 해외건설시장은 물론 국내 건설시장도 외국 건설업체에 내주게 될 것입니다. 한국 전쟁에 비유하면 낙동강 전선까지 밀린 상태입니다”
파슨스 브링커호프(PB) 한국지사의 김찬중(사진) 대표는 국내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현주소를 이렇게 말했다. 외국의 선진 건설업체는 물론 중국 건설업체에 대해서도 안방 시장을 내줄 공산이 있다는 그의 언급은 상황의 급박함을 느끼게 한다.
김 대표는 “개별 건설업체는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소프트웨어 개발 몫으로 책정, 끊임없이 연구ㆍ개발해야 한다”며 “정부 역시 소프트웨어에 강한 건설업체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PB는 소프트웨어의 한 분야인 건설사업관리(CM) 전문회사로 1885년에 창립됐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현재 80개국에서 250개의 지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CM회사다. 창립 후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PB는 한번도 적자 없이 성장을 해 왔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고부가가치인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전 세계 건설업체보다 앞선 경쟁력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분야만 놓고 보면 국내 건설업체의 능력은 매우 낙후돼 있다는 게 그의 설명. 한 예로 63층 건물의 철골을 올리는 데 우리나라는 23개월이 걸린다. 그러나 미국은 6개월 밖에 걸리지 않는다.
김 대표는 “현장 소장의 능력에 따라 공기와 건물의 품질이 좌우되는 우리의 공사 현실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라며 “소프트웨어가 잘 갖춰진 선진 건설업체는 도식화된 메뉴얼에 의해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PB의 경우만 하더라도 전 세계 지사에 각종 메뉴얼을 공급하고, 이를 업그레이드 및 점검하는 별도의 부서(Q.C Team)가 운용되고 있다.
일부 국내 건설업체가 해외 건설시장에서 EPC(설계ㆍ구매ㆍ시공 일괄처리) 방식으로 공사를 수주하고 있다. 그러나 설계ㆍ구매 등 소프트웨어 분야는 다시 외주를 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유는 발주처ㆍ감리단 등이 국내 건설업체의 능력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국내 건설업체가 해외 현장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 시공으로는 2%의 이익률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라며 “최소 5% 이상의 이익이 확보되는 소프트웨어로 눈을 돌리지 않으면 국내 건설업체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