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두 다리로 쭉쭉 뻗어나가는 경쟁자들을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ㆍ남아프리카공화국)는 힘겹게 뒤쫓았다. 결과는 8명 중 최하위. 그러나 그의 뒤로 따뜻한 박수가 쏟아졌다.
‘블레이드 러너’ 피스토리우스가 2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준결선에서 가슴 벅찬 레이스를 펼쳤다. 전날 예선에서 45초39의 기록으로 준결선행 티켓을 거머쥔 피스토리우스는 준결선에서는 46초19의 더딘 기록으로 3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두 다리가 없는 중증 장애인으로서 인간 한계를 두드린 피스토리우스의 ‘아름다운 도전’이 8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까지는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개인 최고기록인 45초07에 1초 이상 뒤진 기록이라 아쉬움이 컸지만 준결선 전체 24명 중에서는 22위였다. 경기 후 관중의 박수 갈채에 옅은 미소를 지은 피스토리우스는 중계 카메라를 향해 “생큐”라고 입 모양을 취해 전 세계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남자 해머던지기에서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일본의 무로후시 고지(37)가 81m24를 던져 금메달을 땄다. 세계기록(86m74)에는 못 미쳤지만 올 시즌 개인 최고기록(78m56)보다 2m 이상을 더 던지는 괴력으로 일본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무로후시의 아버지인 무로후시 시게노부는 같은 종목에서 일본선수권 12연패, 아시안게임 5연패를 달성한 원조 철인이었다. 루마니아 창던지기 대표 출신인 세라피나 모리츠와 결혼해 무로후시를 낳았다.
여자 400m에서는 앨리슨 펠릭스(26ㆍ미국)가 아맨틀 몬트쇼(보츠와나)에 0.03초 뒤진 49초59로 아쉽게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00m 최강자 펠릭스는 사상 첫 400ㆍ200m 석권을 다음 대회로 미루게 됐다. 한편 여자 포환던지기에서는 발레리 아담스(27ㆍ뉴질랜드)가 21m24를 던져 이번 대회 첫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