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盧반대 불구 “정치자금 선공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각 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된 시점 이후 사실상 대선에 쓰인 정치자금과 정당의 활동자금 모두를 포함해 공개해야 한다”며 “공개 이후 특별검사나 검찰 등 수사권이 있는 기관에서 조사해 검증하는 것이 진실을 밝히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략적 책임전가”라며 즉각 거부의 뜻을 밝혔고 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 선거대책위가 발족한 지난해 9월30일 이후의 대선자금 내역을 23일 우선 공개키로 결정했다. 여야 합의를 전제로 한 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거부하고 나섰을 뿐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선(先)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혼선이 발생, 노 대통령의 제안이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불투명하다. 노 대통령은 이날 “대선 잔여금이 얼마이며 어떻게 처리했는지까지 밝혀야 한다”며 “그러나 여야가 함께 공개하지 않으면 공개한 쪽만 매도되고 정치개혁에 실효를 거둘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나는 여당 대표가 아니라 행정부의 대표”라며 “야당 대표가 만나서 얘기하자고 제안해오면 여당 대표로서가 아니라 행정부의 대표로서 국회의 대표를 만나겠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대선후보 경선 자금 공개에 대해선 “경선 자금은 제도가 없어 밝히기 곤란하다”며 “당시 합법의 틀 속에서 할 수 없었으며 경선 이후 자료를 다 폐기했다”고 말해 경선 자금의 불법성을 시인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박진(朴振) 대변인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한 뒤 “노 대통령과 민주당이야말로 `굿모닝시티 게이트`로 드러난 불법모금 범죄행위의 진상을 성역 없는 검찰수사를 통해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공개한 쪽만 매도된다`는 주장은 진실을 은폐하겠다는 궤변”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노 대통령의 불법모금 비리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 그리고 핵심수혜자인 노 대통령의 진실한 고백과 사죄”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은 선대위 발족 이후의 대선자금 공개와 관련, “기부자의 실명을 밝히는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이므로 익명으로 내역을 밝힐 수 밖에 없다”며 “총규모는 물론 사안별, 성격별, 액수별로 따로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개되는 대선자금 내역이 선관위 보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고태성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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