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유병언 왕국' 돈줄 죈다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 대출금 664억 사실상 회수키로
검찰, 오너 일가·종교시설 등 10여곳 전격 압수수색


금융당국이 청해진해운과 계열사의 대출금을 사실상 회수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당장 오는 5월 청해진해운·천해지·아해로 돌아오는 대출원리금의 상환연장 및 추가 지원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채권단은 더욱이 청해진해운 등의 연체가 발생할 경우 담보로 잡은 전체 선박 매각을 검토하고 있어 법정관리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청해진해운과 천해지를 소유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세월호 참사에 따른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할 경우 '유병언 왕국' 전체가 와해되는 게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23일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따르면 청해진해운과 천해지·아해 등 주요 계열사가 산업은행을 비롯해 하나·외환·국민·신한은행 및 서울보증보험에서 빌린 대출금은 664억8,7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청해진해운과 천해지·아해가 5월 말까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갚아야 할 대출원리금은 44억3,790만원이다. 금융당국은 대출상환 기한연장 등 지원조치를 제한하고 절차에 따라 담보물을 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산은은 대출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될 경우 세월호 및 담보로 잡은 선박을 경매 등의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청해진해운은 물론 계열사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중단된 만큼 대출금 회수과정에서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금융당국은 청해진해운과 계열사 10곳에 최대 2,000억원의 대출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부실대출이 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편 세월호 선사비리 수사에 나선 검찰은 이날 유 전 회장 일가와 청해진해운 관련 회사, 종교단체 사무실 등 10여곳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유 전 회장과 회사 고위임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기독교복음침례회와 관련된 서울 용산 소재 종교단체도 포함됐다. 검찰은 계열사 회계서류와 내부보고 문서 등이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청해진해운과 계열사들의 경영 전반에 걸친 비리와 관련한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며 "필요한 부분은 모두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천억원대의 빚에 허덕이던 유 전 회장 일가가 10여년 만에 수천억원대의 자산가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이 계열사들이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유 전 회장 일가와 계열사 임직원들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s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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