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조각된 '사랑'

팝아트 거장 로버트 인디애나
7년만에 국내서 기획전 열려
단순하면서 강렬한 색채로
언어·숫자에 상징성 부여

로버트 인디애나의 대표작 'LOVE'

'The Electric Eat'

사랑을 뜻하는 영어 단어 'LOVE'. 이중 'LO'를 'VE' 위에 올려놓고 '0'을 살짝 기울인 디자인에 빨강, 파랑 등 경쾌한 원색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미국의 대표적인 팝 아티스트 로버트 인디애나(85)의 대표작이다.

'LOVE'를 비롯한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이 '로버트 인디애나: 사랑 그 이상'이라는 제목을 내걸고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내년 1월 12일까지 선보인다. 지난 2006년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국내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선 빨강, 빨강·금색, 파랑·금색, 금색·빨강 등 4가지 버전의 'LOVE'를 비롯해 조각 9점을 만날 수 있다.

로버트 인디애나는 성(性)이 원래 클라크였으나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미국 주(州) 이름인 인디애나로 바꾸며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그는 1960년대 뉴욕에서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클래스 올덴버그 등과 더불어 미국 팝아트를 선도한 거장으로 통한다. 뉴욕에서 동료들과 폐허가 된 창고 주변에서 나무조각과 철제바퀴 같은 버려진 재료를 사용해 작업하며 숫자와 글자를 표현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1961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풍자한 작품을 발표했다. 1964년 세계박람회 때 전구로 이뤄진 'EAT' 작품을 선보였고, 워홀의 영화 'EAT'에 버섯을 먹는 사람으로 등장했다. 동시대 팝아트 작가들이 대중 문화를 주된 소재로 삼은 반면, 인디애나는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사랑, 예술, 죽음 등 추상적 개념이나 언어의 상징 등에 주목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접했을 법한 작품 'LOVE'는 원래 1964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의뢰한 크리스마스카드 제작을 위해 만들어졌다. 'LOVE'는 회화에서 출발해 조각으로까지 만들어지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작가는 'LOVE' 외에도 '아트(ART)' '먹다(EAT)' 등 단순하고 상징적인 단어와 0부터 9까지의 숫자 등을 과감한 색채로 표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전시에선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회화와 설치 작품도 함께 볼 수 있다. 전구가 촘촘히 박혀 불이 켜졌다 꺼졌다 반복하는 '전기 EAT'는 작가의 1964년 작품이다. 작업 후 뉴욕월드페어에서 선보였으나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다른 참여 작가들이 항의해 주최 측에서 전원을 꺼버리기도 했다. 5개의 캔버스를 X자 형태로 재배치한 1998년작 'X-7'은 17세기 화가 찰스 데무스의 '나는 황금의 5라는 숫자를 봤다'의 오마주 작품으로, 작가의 아메리칸 드림 시리즈의 하나다. 이번 전시는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내년 1월 5일까지 진행되는 대형 회고전 '사랑 그 너머'전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는 한국 기획전이란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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