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9일된 친아들을 학대해 끝내 숨지게 하고서 그 사실을 숨겨온 30대 남성이 2년여만에 죗값을 치르게 됐다.
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성지호 부장판사)는 아들을 집어던지는 등 학대하고 내버려둬 끝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학대치사)로 기소된 최모(32)씨에 대해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최씨는 2012년 2월 12일 오후 6시께 집에서 동거녀 A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39일 된 아들이 울자 집어 들어 침대 머리맡 쪽으로 던지는 등 3차례 학대했다.
최씨는 이어 아들이 더 큰소리로 울자 종이상자에 눕혀 얼굴과 몸을 이불로 덮은 채 상자 뚜껑을 닫아 1시간가량 내버려뒀다.
그는 당시 집주인이 자기 혼자 거주한다고 알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나게 되면 처자식을 데리고 산다는 사실이 발각돼 쫓겨날 것을 우려해 이같이 행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닷새만인 2월 16일 최씨의 아들은 끝내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 사인은 급성 경질막밑출혈로 드러났다.
아들의 죽음 앞에서도 최씨는 은폐 생각부터 했다.
A씨는 아들의 사망 사실을 안 직후 경찰에 신고하자고 했지만, 최씨는 ‘벌금을 내지 않은 것이 있으니 신고하지 말고 유기하자’고 제안했다.
그럼에도 A씨가 계속해서 신고해야 한다고 하자 모든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일어나보니 죽어 있더라’고 진술하라고 요구한 뒤 경찰에 신고했고, 실제로 A씨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일절 하지 않았다.
그대로 묻힐 뻔하던 최씨의 범행 사실은 이후 그가 바람을 피운 데 대해 배신감을 느낀 A씨가 뒤늦게 모든 사실을 폭로하면서 전말이 드러났다.
최씨는 작년 8월 바람 피운 여성의 어머니를 흉기로 위협하고 목 졸라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됐는데,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A씨가 검찰에 모든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학대치사 사건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최씨는 올해 5월 징역 5년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재판부는 “최씨의 학대행위는 반인륜적 소행으로 그 정도가 상당히 중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범행 은폐를 시도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은 점, 그럼에도 반성하지 않은데다 살인미수죄 등 처벌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A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최씨가 이번 범행과 경합범 관계에 있는 살인미수죄 등으로 이미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고, 이 사건 이후 제정된 아동학대처벌법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