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0점대 출산율 쇼크가 다가오고 있다. 인구구조 특성상 올해 주력 출산층인 25~34세의 여성 인구가 최대로 줄고 지난해 불어닥친 금융위기가 결혼과 출산에 연쇄적 타격을 줘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출산율 1.0 붕괴’가 조만간 현실화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사회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9일 통계청과 학계ㆍ시민사회는 올해 출산율(합계 출산율 기준)이 지난해(1.19)보다 급락하며 사상 최악을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출산율 1.0이 무너져 0점대를 기록하는 날도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통계청은 악화되는 인구구조와 황금돼지해(2007년) 후유증을 출산율 급락의 요인으로 꼽았다. 올해 우리나라 가임여성(15~49세) 인구 추계는 1,303만5,000명으로 지난해(주민등록기준)보다 무려 47만2,000명 줄 것으로 예상됐다. 가임여성 출산의 약 80%를 차지하는 25~34세 인구도 372만7,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6만6,000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임여성 인구는 지난2000년 이후 계속 줄고 있는데다 올해 감소폭은 사상 최대 규모다. 출산율은 15~49세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는 평균 자녀 수를 의미해 가임여성 인구의 급감은 출산율 저하를 부를 수밖에 없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25~34세의 주력 출산층 인구가 많이 줄었고 황금돼지해 후유증 때문에 출산 여력도 낮다”고 말했다. 5월까지 출생아 수는 19만4,000명으로 지난해보다 4.8% 감소했다. 특히 금융위기는 출산율 급락의 직격탄으로 거론된다. 2008년 결혼 건수(33만건)는 1년 전보다 1만6,000건(4.6%) 줄었고 올해도 5월에 8.0% 급감하는 등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이혼 건수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과 카드대란이 일어났던 2003년 각각 27%, 15% 급증한 흐름을 재연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난으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통에 외환위기와 카드대란 이후 출산율이 급락했던 전철을 이번에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2%일 경우 오는 2010년 출산율은 1.08명, 1%이면 0.85명에 그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결국 올해 마이너스 성장률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출산율 1.0명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참여정부 시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운영위원장을 지낸 박주현 시민사회경제연구소장은 “1998~1999년 외환위기 여파로 2001년부터 출산율이 급락했다”며 “출산율은 조만간 가장 나빴던 2005년(출산율 1.08) 수준으로 낮아지고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 교수도 “금융위기로 결혼이 줄고 임신을 꺼리는 가정이 크게 늘어 연말쯤 저출산 추이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내년에는 출산율 1.0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선제적이고 충분한 정부 대응이 시급해졌다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한곤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0점대 출산율이 현실화하면 국민 심리에 엄청난 영향을 줘 집단 패닉 사태도 우려된다”며 정부가 금융위기보다 더 큰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