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법 속도조절론 부글부글] 숨돌릴 틈 없이 매머드급 동시다발 시행… 기업 적응시간 줘야

정책·산업현장 미스매치 부작용만 양산 가능성
시행유예·시범도입 등 규제전 완충장치 필요


통합환경허가제도를 골자로 한 '환경오염시설 통합관리에 관한 법'이 27일 입법 예고된 가운데 산업계에서 "동시다발적 환경규제 도입은 감당하기 어렵다"며 "속도조절을 해달라"는 요구가 끓어오르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동시다발적인 신환경법안·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시행유예나 시범도입 등 완충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래 입법취지는 이해하지만 산업현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1~2개 법안이 아닌 매머드급 법안의 동시다발적 도입은 정책과 현장 간 미스매칭 등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이런 가운데 산업계는 오는 2015년 1월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 화학물질관리법, 저탄소협력금제, 탄소배출권거래제 시행을 필두로 환경오염피해구제법(2015년 하반기 예정), 통합환경허가제도(2016년 시행 예정),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2016년 시행 예정) 등 경영에 적잖은 부담을 줄 환경법안·규제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환경대응 전략마련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동시다발적 시행, 미스매칭 우려=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개별법안뿐 아니라 신환경 법안·제도의 동시다발적 시행에 따른 파장이다. 한 예로 환경부가 추진 중인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은 이르면 올 상반기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법 시행시기는 1년이 경과한 2015년 하반기부터, 환경책임보험 가입시기는 6개월을 유예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2016년 안에 환경사고에 대비해 환경책임보험에 가입해야만 사업장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산업계의 시각은 우려 그 자체다. 비용도 문제지만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기업운영상 환경과 관련한 리스크를 평가하고 그에 맞춰 보험료를 산정해야 한다.

문제는 화평법에 따르면 화학물질 등록·평가가 2023년까지라는 점. 화학물질 취급기업에 대한 완전한 리스크 평가는 그때서야 가능한데 보험은 이전에 들어야 하는 미스매칭이 발생하는 셈이다.

실제 신환경법안·제도 시행이 가시화되면서 산업계는 매머드급 법안의 동시다발적 시행이 초래할 후 폭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현재 관련부서를 중심으로 추가 비용 등 본격적인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하지만 무엇부터 어떻게 손을 댈지 감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워낙 많은 법안이 한번에 시행되다 보니 어느 것을 어디서부터 준비해야 할지 감조차 잡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개별법안의 독소조항 못지않게 법안 간 중복규제, 그리고 법안 간 미스매칭, 현장과 법안의 미스매칭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 B사 관계자는 "8개 신환경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대응방안을 찾는 것이 현안"이라며 "문제는 소수의 몇개 기업을 제외하고는 이 같은 시스템과 인력이 없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 예로 당장 신환경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을 추가 지불하고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하는데 이것조차 산정이 쉽지 않다는 게 산업계의 주장이다.

◇커지는 환경법안·제도 속도조절=현재 정부는 이 같은 환경법안·제도와 관련, 산업계와의 협의 채널을 가동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개별법안별로 산업계가 우려를 표명한 일부 조항의 경우 규제수위가 완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산업계가 원하는 정책수정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요즘 기업들은 환경규제의 여파 분석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행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이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를 하면서 재계 총수나 최고경영자(CEO)들이 환경규제가 기업경영의 최대 애로사항이라며 규제완화를 건의하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산업계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매머드급 환경법안의 동시다발적 시행이다. 1~2개 법안도 아니고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8개 법안이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한마디로 숨 돌릴 틈도 없이 8개 법안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가동 중인 협의 채널을 통해 산업계는 법과 시행령 마련과정에서 산업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몰려오는 쓰나미를 막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산업계에서 기업들이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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