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세계경제가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진단을 내놓아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고 말했고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도 “경기가 사이클상 변곡점에 와 있다”고 밝혔다. 아직 불확실성이 많아 낙관하기에는 성급하지만 희망적인 메시지인 것만은 틀림없다.
중앙은행 총재들의 이 같은 발언은 아직 세계경제가 본격적인 회복단계에 들어섰다고는 할 수 없지만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 경기지표들이 개선조짐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경우 제조업 생산이 상승 추세로 돌아서고 수출도 감소세가 둔화돼 큰 폭의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서 볼 수 있듯 프랑스ㆍ이탈리아ㆍ중국 등의 경기선행지수(CLI)가 호전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고 당장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경기하강 속도가 둔화됐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아직도 불안요소가 도사리고 있다는 뜻이다. 은행의 불확실성이 줄면서 신용경색이 다소 풀리고는 있지만 아직 실물경제에 돈이 돌지 않고 있다. 세계경제의 중심축인 미국ㆍ독일ㆍ일본이 성장세로 돌아서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데다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기웃거리는 등 원자재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것도 새로운 부담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환율하락으로 수출전망이 불투명한데다 설비투자 감소와 소비침체가 아직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행히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로 돌아섰지만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더 이상 움츠러들 것이 아니라 세계경제 회복기미를 최대한 빨리 활용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글로벌 경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내수확대를 꾀하면서 환율하락에 맞춰 수출전략을 다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실물경제 회복을 앞당기기 위한 정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