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국내 증시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던 외국계 증권사들이 최근 잇따라 부정적 단기 전망을 내놓으며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 위기 등 대외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데다 기업 이익 증가율도 둔화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강세 흐름을 보이기 힘들다는 전망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13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비중확대(overweight)’에서 ‘시장평균(equal-weight)’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 증권사는 한국 시장의 최근 자기자본이익률(ROE), 주당순이익(PER) 등을 고려하면 이미 주가가 적정가격에 도달했다는 것을 하향조정 이유로 꼽았다. 조나단 가너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현재 한국 시장은 과거 몇 년간과 비교할 때 할인폭이 크지 않다”며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이미 적정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는 또 한국가계 지출이 수입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을 우려 사항으로 꼽으며 특히 1인당 카드사용량이 지난 2001~2002년 카드대란 당시보다 많아 반드시 조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에 대한 단기 전망을 어둡게 보는 외국계증권사는 이뿐 만이 아니다. 성종욱(사진) 크레디트스위스 한국 리서치센터장은 13일 서울 크레디트스위스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업 이익 하향 리스크 때문에 내년 코스피지수 목표치를 기존 2,300포인트에서 2,170포인트로 낮췄다”고 밝혔다. 성 센터장은 “한국 시장이 외부 상황에 민감한 점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증시 안정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증시 하단도 올해와 비슷한 1,650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지난 7일 내년 국내 증시 전망을 올해와 큰 차이가 없는 1,800~2,100으로 내놓았다. 최상의 경우 2,400포인트도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과거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평가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근융시장을 보면 불확실성이 높아 증시 상향보다는 하향 리스크가 더 큰 게 사실”이라며 “지속 가능한 상승은 내년 2ㆍ4분기 이후에나 기대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노무라금융투자도 최근 선진국 경기 둔화와 중국의 수요 감소 등을 이유로 내년 한국 성장률을 올해 전망(3.5%)보다도 낮은 3.0%로 낮춰 잡았고 HSBC도 지난 8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수요 약화 등을 이유로 내년 국내 GDP성장률을 기존 4.1%에서 3.1%로 무려 1%포인트나 하향조정했다. 외국계증권사들은 대체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본격적인 증시 반등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업종 가운데서는 이익 턴어라운드가 기대되고 주가가 저평가 돼 있는 IT주나 내수주 등에 주목할 것을 추천했다. 성 센터장은 “정유ㆍ자동차 등은 좋은 실적 전망이 대부분 주가에 반영돼 있지만 IT는 저평가 상태”라며 “내년엔 특히 디스플레이 쪽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소비 관련주와 함께 IT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엔 주로 내수주 위주로 투자하되 저평가된 IT업종도 주목해야 한다”며 “내수주의 경우 적어도 내년 상반기엔 주가지수 이상으로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