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달리다'

'개달리다'최양일감독…日신주쿠 뒷골목 다국적의 삼류인생 재일교포 2세 최양일 감독의 코믹극 「개 달리다」는 신주쿠 가부키초에서 살아가는 밑바닥 인간들의 일상을 대담하고 유쾌하게 그려냈다. 최양일 감독은 지난 93년 일본사회 계급 피라미드의 아랫쪽을 차지하는 재일 한국인을 소재로 한 영화「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로 주목받은 작가. 그가 카메라 초점을 감방같은 중국인 밀항자 합숙소, 비밀도박장, 기업형 야쿠자 사무실이 들어찬 무국적화한 신주쿠 뒷골목으로 옮겼다. 비밀도박장, 폭력과 공갈, 사기, 매춘, 마약 등 온갖 범죄의 현장이 거침없이 묘사된다. 주인공들 역시 독특한 인물. 야쿠자에게 정보를 흘리고 그 대가로 돈을 받으면서도 계속해서 범죄자를 쫓는 부패한 형사 나카야마, 그와 한팀이면서 비밀리에 밀입국에도 가담하고 있는 한국인 야쿠자이면서 정보원 히데요시, 야쿠자 두목의 정부(情婦)이자 나카야마의 연인이고, 히데요시의 흠모 대상이기도 한 상해 출신의 창녀 모모 등이 그렇다. 이들을 내세워 일본사회 그늘을 유머러스하게 까발린다. 자신 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는 이들 뒷골목 삼류인생의 삶을 직시하는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다. 또한 중국에서 건너온 밀입국자와 신주쿠에서 걸식하는 밑바닥 인간들의 역할에 중국인 배우가 다수 참가하여 상해어, 북경어 등 5개국어가 뒤섞이는 가운데 감독은 일본인이 알지 못하는 상해 출신과 북경인 사이의 미묘한 대립까지 예리하게 그려냈다. 이 때문에 무거운 주제를 코믹하게 소화해 낸 전작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의 궤를 잇는 것으로 보인다. 비밀도박, 폭력, 공갈, 사기, 매춘, 마약 등 범죄현장을 거침없이 묘사하고 주인공을 전력질주케 한 뒤 카메라로 거칠게 따라잡는 「개 달리다」는 제목만큼이나 부산하고 소란스럽다. 「감각의 제국」 조감독을 거친 최 감독은 1994년 북한 국적을 버리고 남한 국적을취득했다. 그뒤 1년간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한뒤 일본으로 돌아가 이 영화를 만들었다. 그 짧은 유학생활을 토대로 언젠가 제주도를 무대로 영화를 찍고 싶다고. 10일개봉. 한편 이 영화의 이번 개봉은 국제영화제 수상 경력이 없는 일본 성인영화의 국내 첫 기록이 된다. 이 영화는 현재 일본영화 2차 개방에 따른 수입 조건, 즉 해외영화제 수상경력이나 연소자관람가에 해당하지 않지만, 감독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예외적으로 수입 허가됐다.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는 『98년 일본 대중문화 1차 개방때 「한국인 참여도가 높은 영화는 개방에 포함시킨다」고 한 방침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입력시간 2000/06/05 19:26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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