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오늘은 자야지" 강박증 버려라

우리 주변에는 잠으로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죽으면 계속 잘 수 있는 것이 잠인데 못 자는 게 무슨 고민이냐는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 환자 입장에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잠을 충분히 자지 않고서는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모든 생활이 짜증스럽고 힘들기 때문이다. 을지대학병원ㆍ한양대병원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불면증에 대해 알아본다. ◇충분한 수면은 건강의 기본=수면은 생체리듬을 구성하는 요인 중 가장 중요한 하나로 중추신경계의 활성화, 에너지의 저장, 체온조절 등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긴장을 완화시켜준다. 따라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을 때 정신이 멍하고 몸과 마음이 나른해지는 것도 생체리듬이 헝클어졌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불면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불안감과 짜증스러움, 무기력감, 의욕감퇴 등 심리적 후유증뿐 아니라 위궤양, 두통, 변비, 소화불량, 식욕감퇴 등 이상증세를 호소하는 것도 불규칙한 수면 리듬에 따른 생체리듬의 파괴 때문에 나타난다. 지속적인 불면증을 경험할 경우 ▲수면무호흡 ▲수면 중 팔-다리의 갑작스런 수축 ▲통증 ▲각종 만성질환 ▲우울-불안증 등 원인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아 정신과 전문의를 비롯한 수면관련 전문가의 진찰을 우선적으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불면증을 경험하는 많은 사람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항변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은 별로 신경 쓴 일도 없고 성격이 원래 예민한 것도 아닌데 한 두 번 집안 일이나 직장 일로 신경을 쓰고 나서라든지, 평소 이유 없이 불안하고 긴장되어 있는 사람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난 다음이라든지, 주위 환경이 갑작스럽게 변했다든지 사소한 일로 시작된 것이 만성 불면증이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이런 경향이 많다. 흔히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든다고 한다. 수면이 뇌기능, 호흡, 심장기능, 호르몬분비, 혈압 등 다양한 생리적 변화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나이를 먹을수록 수면의 흐름이 변한다. 사소한 소리에도 금방 깨고 너무 일찍 깨서 괴로운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불면증을 치료하고 편한 잠을 자기 위한 방법은 있는가. 무엇보다도 올바른 수면 습관을 만들어 생체리듬을 원래대로 돌리는 것만큼 불면을 치료하는 좋은 방법은 없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규칙적인 생활=불면증은 원인이 무엇이든 생체리듬이 불규칙해져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식사, 활동, 잠자고 깨는 시간 등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특히 수면 주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일어나는 시간이다. 일어나는 시간이 들쭉날쭉 불안정하면 편안한 잠을 이룰 수가 없고 늦게 잤다는 이유로 일어나는 시간을 늦추면 다음날부터 수면 주기를 손상 받게 되어 잠들기 더욱 어렵다. ◇잠자기 위해 애쓰지 말라=커피 술 담배 같은 자극성 음식을 피해야 한다. 잠자기 전 과도한 운동이나 장시간의 목욕과 샤워를 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과식을 하지 않고 잠자리에 시계를 놓지 않는 것도 불면증 치료를 위해 지켜야 할 사항이다. 불면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원 없이 푹 자보는 것이 소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잠이 오지 않아도 억지로 눈감고 잠자려고 애를 쓰고, 이러다 보면 오던 잠도 달아나고 대신 쓸데없는 걱정거리만 머리 속에 가득해져 머리가 복잡하고 아파온다. 따라서 오늘 밤은 꼭 자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오늘도 밤 샐 것이라며 포기하는 것이 역으로 잠을 잘 자게 되는 비결이다. ◇눈을 크게 뜨고 햇빛을 쬐라=멜라토닌은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낮에 햇빛을 쬐면 분비가 억제되었다가 밤이 되면 한꺼번에 분비되어 수면을 원활하게 한다. 따라서 전날 밤 이루지 못한 잠을 보충하려고 낮에 오래 동안 눈을 붙이면 멜라토닌 분비 리듬이 깨져 불면증이 악화된다.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 중에는 낮에 전혀 자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가족들 보기에는 잠깐씩 잠을 자며 심지어 코를 골기도 한다. 설혹 전혀 잠을 자지 않았더라도 피곤하다며 시간만 나면 눈을 감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불면증 환자가 잠을 푹 자려고 한다면 낮에 잠자려고 해서는 안 된다. 다만 한낮에 졸음을 이겨내려고 억지로 버티기보다는 10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것도 활력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한 연구의 의하면 10분부터 1시간까지의 낮잠 시간과 원기 회복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낮잠 이후의 상태를 고려할 때 10분간의 낮잠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제는 전문의 상담을=불면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대부분 불면의 원인을 치료하기보다는 수면제의 힘을 빌려 잠을 자려고만 한다. 그러나 이는 수면제에 대한 내성만 키울 뿐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되지 못한다. 수면제는 반드시 전문의의 지도 하에 복용해야 하며, 수면제로 잠을 잘 자게 되고 컨디션이 회복되면 복용을 바로 중단하는 것이 좋다. 불면증을 경험한다면 잠자리에 들기 전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한 컵 마시는 것이 좋다. 우유의 성분 (트립토판)이 불안감을 없애주고 뇌를 진정시키는 작용이 있어 자기 전에 우유 한잔을 따끈하게 데워 마시면 곤히 잠들 수 있다. 잠을 잘 들게 하는 음식으로는 수험생을 둔 가정에서는 상추를 금기식품으로 할 정도로 상추가 으뜸이다. 중국의 서태후가 불면증에 시달릴 때마다 애용했다고 해 유명해진 호두죽도 숙면을 돕는 음식으로 빼놓을 수 없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