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자형’ 회복 가능성은 낮다.”
전문가들은 23일 증시가 4일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1,800선에 바짝 다가섰지만 현 상황에서 전고점을 향한 급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미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적극적인 시장개입 의지를 보임에 따라 미국 증시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국내 증시도 폭락장에서 벗어났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유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가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뚜렷한 상승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만큼 당분간 1,750~1,850선에서 박스권 횡보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용경색 우려 한풀 꺾였다=전문가들은 증시 반등의 일등 공신으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꼽았다. 버냉키 의장이 신용경색 위기에 놓인 시장을 향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금리인하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워런 버핏과 월버 로스가 이번 신용경색 위기를 투자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투자심리를 호전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버냉키 미 FRB 의장과 버핏의 움직임이 투자자들의 위축된 심리를 완화시켰다”며 “그동안 호재보다 악재에 반응하던 투자자들이 호재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버냉키 의장에 대한 투자가들의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매도가 진정세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가치를 최우선으로 신봉하는 버핏이 투자에 나선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현 주가가 현재의 위험을 반영했다는 뜻”이라며 “로스도 모기지 업체에 대한 투자를 준비한다고 인터뷰하는 등 현 가격에서 ‘스마트 머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이 진정되면서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매도 공세도 수그러들었다”며 “아직 외국인들이 매수로 전환했다고 보기는 이르지만 앞으로는 지난 번과 같이 무차별적 매도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분간 박스권 장세 이어질 듯=이처럼 국내 증시가 미국 시장의 유동성 리스크 완화에 따라 4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지난 고점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고 실물 경기로의 파급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당분간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 하락에 대해서는 가능성은 있지만 지난 번 저점이 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급조정장은 어느 정도 끝났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지수가 큰 폭 하락하는 경우가 다시 생기더라도 학습효과로 인해 하락폭은 이전보다 작고 지수 회복 속도는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추가 반등은 1,850선 정도까지 진행되고 이후 1,750~1,850의 박스권 구도에서 기간 조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곽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신용경색에 대한 불안감이 잔존하는 만큼 V자형 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1,850선 정도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박스권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김주형 동양증권 연구원은 “하방경직성을 확보하고 기술적 반등의 1차적 목표치는 달성했지만 추가 상승을 위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상승 탄력이 떨어지거나 소폭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본격적인 상승 추세 회복 여부는 일러야 3ㆍ4분기 말 정도에 알 수 있을 것”이라며 “1,750~1,850선에서 횡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