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위안화 절상 목표는 20%?

[토론토 G20 정상회의 폐막]
오바마 "단기간 올리기 어렵겠지만 수개월간 주시할 것" 압박
선언문에 명시 못하자 불만
中 "압력에 굴하지 않을것"


'미국 정부의 위안화 절상 목표는 2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느닷없이 '위안화 20% 절상론'을 끄집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중국이 쌓아놓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무역흑자를 감안할 때 위안화가 앞으로 '상당히(significantly)'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면서 "앞으로 수개월간 (위안화 절상) 진전 여부를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위안화를 몇 주 내에 20%를 절상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으며 이는 중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에도 파괴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뒤 문맥을 놓고 보면 중국이 단기간에 위안화를 20% 절상하기는 어렵겠지만 미국은 '상당한 절상'을 기대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수개월 내 20% 절상'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워싱턴 소재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위안화가 40%가량 평가절하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20%'라는 수치는 그저 막연한 숫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난 2008년 5월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국이 달러 페그제를 부활하기 이전에 2년 동안 관리변동환율제를 운용하면서 이뤄진 위안화 절상폭과 일치해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는 수개월 동안 위안화 절상 여부를 주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은 4월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포함한 반기 환율보고서의 의회 제출시점을 연기하며 중국 측의 자율적인 절상을 기대해왔다. 중국은 G20 정상회의를 1주일 앞둔 이달 20일 페그제를 중단하고 관리변동환율제로 복귀하겠다고 전격 선언한 뒤 지금까지 위안화를 0.5% 절상했다. 일주일간 절상폭으로는 2008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절상폭이 연말까지 기껏해야 5%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정치권도 오바마 행정부가 좀 더 중국을 몰아붙여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오바마의 이날 발언은 최근 위안화 절상과 관련한 표현 가운데 상당히 수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은 무역에서 상당한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위안화 절상 관련 발언은 G20 회의에서 위안화 절상 문제가 소홀히 취급된 것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날 채택된 공동선언문(코뮈니케)은 "무역흑자 국가들은 외부 수출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성장수요에 보다 초점을 맞추도록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신흥 무역흑자 국가들은 환율 유연성을 높이도록 각국의 환경에 부합하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G20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위안화가 이번 회담에서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한 중국의 입장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위안화 절상은 '내치(內治)의 문제'로 외국의 압력으로 화폐가치를 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누차 강조해왔다. 미국은 당초 선언문에서 '중국의 위안화 환율시스템 유연화 방침을 환영한다'는 문구를 넣어 위안화 절상을 더욱 압박하려고 했지만 공론화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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