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평소 '여기다'라는 동사를 습관처럼 사용하셨다. "니 몸을 니 맴같이 여겨라", "니 여자를 따순 밥같이 여겨라." 아들은 나중에야 '여기다'의 뜻을 알고 가슴을 쳤다. '여기다'는 '마음 속으로 그러하다고 생각하다'는 의미이며 '여기다'의 옛말 '너기다'는 사랑이라는 말이 우리말로 쓰이기 전에 '사랑하다'라는 뜻으로 썼던 말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아들은 오늘, 당신을 사무치게 여긴다"는 문장으로 산문 '여기는 사람'을 마무리 했다.
시인 림태주의 첫 산문집 '이 미친 그리움'이 출간됐다. 황동규 시인의 기대를 받으며 등단한 저자가 더디 낸 책이다. 산문집은 그리움을 주제로 한 1부 '외롭고 그립고 아픈 짓', 가족의 의미를 전하는 2부 '남자로 산다는 것'을 비롯해 '바람이 분다, 명랑하자', '책바치는 무엇으로 사는가', '지상 여행자의 우수'까지 총 5부로 나뉘어 100편의 사람냄새 짙고 생각 깊은 글을 담고 있다.
자신과 가족에 대한 저자의 사색은 사회와 세상까지 아우른다. "불의의 시대에 저항의 노래가 불려지지 않는 것은 민중에게 평화가 도래해서가 아니라 저항의 노래를 만들지 않는, 위험하지 않은 음유시인들 때문이다. 또한 음유시인을 사랑하지도, 배고프지도, 위험하지도 않은 민중의 영혼 때문이다." (236쪽)
스스로 '야살스럽고 맹랑한 글'이라고 하는 저자는 그러나 "나의 이 미친 그리움이 당신의 쓸쓸함을 어루만지는 우묵한 우정이었으면 좋겠다"고 청한다. 1만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