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식시장 선진화 하려면

지난해 우리 주식시장은 주가상승률 세계 1위의 쾌거를 이뤘다. 이러한 주가상승이 소비의 증가를 가져오는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으며 자본시장이 국가 경제를 견인하며 선도하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곳곳에서 배어나고 있다. 지난 2005년 주가상승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적립식 펀드 투자의 활성화로 주식시장에 장기ㆍ간접투자의 패턴이 정착하게 됐다는 점일 것이다. 적립식 투자로 인해 기관의 투자 여력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증권시장에 불필요한 변동성이 줄어들었으며 기관 주도형의 안정적인 장기성장의 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통화 당국의 저금리정책과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정책도 시중 부동자금의 증시 유입을 유도해 주가상승에 기여했다. 또한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의 회복도 투자심리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일조했다. 주식시장이 올해에도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시장의 체질을 강하게 바꿔야 한다. 즉 수요와 공급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시장에서의 거래가 최소의 비용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강한 구조를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시장의 공급을 꾸준히 늘려야 한다. 적립식 투자가 계속되고 퇴직연금 자금이 본격적으로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면 자본시장의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공급 측면의 조정 없이 수요만 늘어나면 시장의 균형이 무너지고 거품(버블)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우량주식의 공급을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해 구조조정 종료 기업의 매각, 비상장 우량주식의 상장 유도, 공기업 민영화를 통한 주식 매각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상장기업이 느끼는 상장 유지 비용의 부담을 경감시킴과 동시에 상장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하 등 상장 유지의 유인도 생각해볼 일이다. 아울러 외국 기업의 주식도 상장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증시에 파생상품ㆍ복합금융상품 등 수요자가 선호할 만한 신상품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우리 자본시장의 내실을 다져줄 필요도 있다. 물론 기업들은 투자를 확대해야 하며 특히 장기적인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미래 수익 모델 창출에 노력해야 할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수요 측면에서도 현재 활성화되고 있는 적립식 투자와 기관투자가의 장기투자가 지속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투기적 단기투자 성향이 우리 자본시장의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투기적 단기투자는 불필요한 투자 비용을 유발하고 시장의 변동성 증가를 야기해 거래질서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현재 적립식 펀드 투자가 보편화되면서 장기ㆍ간접투자의 패턴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러한 장기투자가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장기주식 펀드 투자에 대한 배당소득세 감면 등 세제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주가가 떨어질 때 세제지원을 하면 그것은 증시부양책에 불과할 뿐이며 효과도 없다. 장기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은 증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필수적인 정책이다. 주식시장의 내실화는 그 시장의 활동 주체인 증권회사와 자산운용회사들의 구조조정과 경영 혁신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현재 많은 증권회사들이 수익의 대부분을 위탁매매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어 수익성도 낮고 변동성도 높아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최근 내용을 발표한 자본시장통합법에서는 유가증권의 개념이 포괄적으로 정의되고 금융투자회사(현재의 증권사)가 다룰 수 있는 대상이 유가증권의 범위를 넘어서 ‘투자상품’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증권회사는 이에 대응해 확대된 업무 영역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자본력을 갖춰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투자은행으로 변신해야 한다. 대형증권사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규모를 확대하고 위탁매매업 외에 자산운용, 증권 인수, M&A 중개 등 투자은행 업무로의 과감한 진입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에는 특정 부문에 집중해 경쟁력을 가지는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뢰의 구축은 자본시장 경쟁력의 핵심이다. 투자자금의 지속적인 유입과 합리적인 가치평가의 선결 조건이 주식시장의 신뢰다. 불공정거래의 척결, 분식회계의 타파, 철저한 시장 감독 등이 필요하다. 특히 시장 내부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를 찾아내 근절하는 자체적인 노력이 아쉽다. 시장참여자의 정직성ㆍ투명성ㆍ책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증권시장의 핵심 덕목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