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회담 성사를 위해 현대측 인사들이 중국 상하이(上海)와 베이징(北京)을 오가며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정몽헌(鄭夢憲)현대 회장,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 회장이 언론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중국과 일본을 돌면서 송호경(宋浩景) 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수차례 물밑접촉을 벌인 끝에 엮어낸 한편의 드라마로 볼수 있다.
재계는 향후 펼쳐질「경협 특수」의 최대 수혜자가 남북경협사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현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속에 현대의 대북협상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에 부러움을 보이면서도 일면에서 현대가 수행했을 「모종의 역할」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 역할에 따라 「수혜 보따리」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양측간 남북정상회담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17일 상하이였다고 발표했다. 이날은 이익치회장이 상하이에 머물던 때.
현대 관계자는 『이익치회장이 현대 경영권 파문과 관련해 상하이로 피신한 것으로 세간에 알려져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익치회장의 상하이 방문은 남북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익치회장은 당시 상하이에 머물면서 북한의 주요 인사들을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익치회장은 상하이 방문시 현대의 대북사업 로비스트인 박모씨가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 정몽헌회장의 행적은 불분명하다.
정몽헌회장은 3월 5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유럽순방을 동행한 후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항간에서는 17일을 전후해 상하이에서 이익치회장과 합류했다는 설도 유력하다.
또 지난달 29일에는 정몽헌회장과 이익치회장이 다시 베이징을 극비 방문, 송호경 부위원장과 접촉했다.
이 자리에는 이들 3인외에 어느 누구도 배석하지 않았으며 북한 고위층과 막역한 것으로 알져진 재일동포 로비스트 요시다 다케시가 주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호경 부위원장은 금강산 관광사업을 비롯해 대북사업부문에서 현대와 오랫동안 일해왔으며 이번 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 장관과 협상테이블에 동석했던 인물
현대는 경영권분쟁으로 인한 후유증이 가라앉기도 전인 지난 5일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과 정몽헌회장, 이익치회장 등이 다시 일본을 방문했는데 박지원 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하던 때와 묘하게 일치하고 있다.
일본에 머물던 정몽헌회장은 정주영명예회장 일행과 헤어져 7일께 베이징으로 이동했으며 이때 송호경 부위원장과 만나 정상회담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또 이익치회장은 7일 일본에서 귀국한 뒤 곧바로 베이징으로 출국했다가 9일 귀국했는데 8일 베이징에서 정몽헌회장과 합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어떤 형태로든지 이번 합의에 현대가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인프라 건설 등 대북 지원을 약속한 분야에서 현대가 우선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주용기자JYMOON@SED.CO.KR
입력시간 2000/04/11 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