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9일 동아시아 정세와 관련해 "아주 작은 충돌만 발생해도 훨씬 더 넓은 물리적인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외교부와 동아시아연구원이 '통일 한국의 외교 비전과 동아시아의 미래'를 주제로 공동주최한 국제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역사적 수정주의는 잘못된 내셔널리즘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영유권 분쟁과 군비경쟁에 오히려 불을 댕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최근 동북아는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 간의 영토갈등을 비롯해 일본의 우경화 행보, 북한의 4차 핵실험 위협 등으로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어 이들 사이에 끼인 한국 외교의 딜레마도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윤 장관은 "현재 태평양은 많은 갈등을 겪고 있고 동해부터 동중국해·남중국해까지 여러 주변국을 괴롭히고 있다"며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토머스 홉스의 유명한 말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라도 한 것처럼 동아시아 곳곳에서 온갖 문제들이 튀어나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냉전 이후 성취해온 경제적 상호 의존도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며 지역 전체가 과거로 퇴행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장관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베트남 간의 갈등을 비롯, 동중국해 상공에서의 중국 전투기와 일본 정찰기 간의 최근 힘겨루기 등을 예로 들었다.
윤 장관은 동아시아 긴장 해소를 위해 각국이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쟁국이 적이라 생각하는 극단적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며 "냉전적 사고방식으로는 미래를 열 수 없으며 군사력에 의존한 평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동아시아 공동안보의 문제는 서로 책임을 떠넘길 문제가 아니며 양자 갈등의 인질이 돼서도 안 된다"면서 "이제는 어떤 국가도 평화를 위해서는 타협을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미얀마는 개혁과 개방을 추진, 정치적 자유를 확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받아들였으며 국제사회는 이런 방향 전환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며 "이제 북한은 미얀마의 길을 따라야 하며 이런 전략적 결정은 빨리 내릴수록 좋다"고 밝혔다. 이어 "통일로 가는 것에는 여러 난관이 있으며 북한의 핵 개발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핵심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