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무역협회장

“10년후 먹고살수 있는 산업 육성을” “전세계 어디를 돌아봐도 우리나라 경제만한 데가 없습니다. 1~2년만을 보고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3~5년후 길게는 10년후 뭘 해 먹고 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김재철 한국무역협회장(67)은 최근의 경제여건이 다소 어렵기는 하지만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이 점차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무엇을 가지고 세계시장에서 버텨나갈 것인지 새로운 국가전략을 다시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김 회장은 눈 앞의 작은 이익 또는 손해에 흔들리지 말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에 국민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이라크전쟁 발발 가능성도 여전하고요. 이에 따라 내년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등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일부에서는 금융위기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다보니 외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컴퓨터, 조선 등 주요 수출산업이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어 지금 당장 큰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또 외환보유고도 9월말 현재 1,160억달러나 되고 대외순자산 규모도 300~400억달러나 돼 외환위기의 재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연말 무역흑자도 지난해 수준을 웃도는 100억달러이상으로 전망되고 있어 우리 경제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우리 수출의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한국산 제품이 중국에 밀리면서 시장점유율이 점차 떨어지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대거 중국으로 몰려가면서 우리 기업들이 생산한 중국산 제품이 세계시장 곳곳에서 국산품과 충돌하는 `부메랑 현상`도 빈발하고 실정이고. ▲이미 우리 기업들 5,000여개가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내수시장을 미끼로 외국 기업들을 대거 유치하는 전략을 추진하면서 앞으로도 10년이상 고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장기적으로 중국과는 우리 부품 수출을 늘리면서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윈윈전략을 추구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근래에 만난 한 미국 경제학자는 `한국은 운이 좋다(lucky)`고 했어요. 바로 옆에서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시장을 잘 활용해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경제 성과를 얻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오래전부터 `복합무역`을 강조하고 계신데요, 그 개념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시지요. >>관련기사 ▲ 아시다시피 이는 상품 무역과 서비스 무역을 결합한 개념입니다. 그렇다고 상품무역을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관광, 교육, 의료, 물류, 전시산업 등의 육성을 통하여 상품무역의 쇠퇴에 대비하자는 생각입니다. 현재 국내 제조업체의 임금은 중국의 10배나 됩니다. 이 상태로는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9월말 기준으로 우리는 상품 교역에서 70억달러의 흑자를 보고 있으나 서비스 교역에서는 35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경우 우리는 현재 15만명이나 해외에 나가 있으면서 이 분야에서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는 `교육 적자국`입니다. 해외 여행객 1명을 유치하는 것은 TV 몇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고 10명을 유치하면 자동차 한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 관광객들도 알아볼 수 있도록 거리 표시판도 정리하고 안경, 치과, 미용, 문화 등 다양한 서비스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시아지역은 전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한국은 그중에서도 가장 액티브한 경제활동을 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동북아 경제협력체`를 만들자는 구상을 제시했습니다. (사무실 벽에 거꾸로 붙은 세계지도를 가르키며) 평소 지도를 거꾸로 봐야 우리의 미래가 보인다고 강조해 오셨는데요. ▲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노 후보도 바다와 이에 바탕한 해양지향적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아시다시피 세계 역사는 대륙사관과 해양사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힘겨루기의 연속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대륙중심적 사고를 해 오다 보니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육당 최남선도 `바다를 잃으면서 우리 민족은 진취성을 잃고 유약해지면서 질투심마저 많아졌다`고 개탄했습니다. 우주의 별이 위아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도자들이 해양의식을 가져야만 잃었던 진취성과 역동성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의 핵문제로 한반도에 다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일단은 감춰진 문제가 드러난 것이니만큼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이 되리라 봅니다만, 대북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 앞으로 대북경협과 우리 기업들의 진출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북한 핵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잘 해결되리라 봅니다. 북한 투자에 대해서는 우리 기업들이 아직은 큰 기대를 갖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기가 있는 데서 고기를 잡아야 하는 것처럼 아직은 가난한 북한에서 우리 기업들이 크게 득을 볼 것은 없겠지요. 우리 기업들이 북한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것은 우리가 북한을 도와준다고 봐야지 돈을 벌겠다 생각하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북한에 우리 말이 통하는 양질의 노동력이 많이 있으니 이를 잘 활용할 필요는 분명하지요. -3년을 끌어 온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최근 타결됐습니다. 앞으로도 주변의 여러 나라와 비슷한 협정을 계속해 나가야 하리라 보는데, 일부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자유무역정신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FTA 체결은 WTO의 다자간 교역정신과는 다르게 쌍방간에 우선 급한대로 유리한 방식으로 편을 짜가는 협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정글의 법칙이 작용하는 사회이니 우리로서도 이 대열에서 멀어질 수는 없습니다. 이번 칠레와의 FTA 타결은 다행한 일이라 봅니다. 얼마 전 남미지역을 방문했을 때 우리가 이들 나라와 FTA타결이 안돼 TV나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야단들이었습니다. 이번 협상 타결로 농업분야가 다소 타격을 입겠습니다만 멕시코, 미국 등과 FTA 타결을 서둘러야 하겠습니다. 중국 일본과도 쉽지는 않겟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FTA협상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최근 무역업계는 외환수수료, 금리 및 운송료 인하 등을 정부나 관련업계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실제 우리 수출업계의 경영현황은 어떻습니까. ▲ 매출부진과 함께 채산성 악화를 동시에 겪는 상황입니다.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수출가격이 점차 하락하는데 반해 인건비레갬逼?등 국내 원가요인은 계속 오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환가료를 비롯한 외환수수료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외화차입 여건이 IMF위기 이전 수준으로 개선되었지만, 그 효과는 주로 은행이 누리고 기업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있는 현실입니다. 금리 역시 OECD회원국중 멕시코와 터키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중국(5.30%), 싱가포르(5.35%)까지도 우리의 평균 대출금리(6.72%)보다 낮습니다. 금리는 기업의 채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대담=이종환 산업부장 정리=강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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