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연비과장' 소비자 패소

법원 "실제-표시연비 차이 알려"

기아자동차의 연비 과장광고로 손해를 봤다며 소비자가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이는 현대·기아차그룹이 연비 과장사태로 지난해 말과 올 초 미국과 캐나다 소비자들에게 5,000억원에 가까운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5단독 고권홍 판사는 김모(55)씨가 "기아차 K5 하이브리드의 연비 과장으로 손해를 봤다"며 기아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12년 5월 기아차가 각종 광고에서 K5 하이브리드의 연비가 리터당 21㎞라고 홍보하는 것을 보고 차량을 구입했다. 하지만 실제 연비는 이에 못 미쳤고 김씨는 기아차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거짓·과장광고를 했다며 유류비 등 23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김씨는 특히 2011년 11월 당시 지식경제부가 "표시연비가 실제와 20%가량 차이가 난다"며 연비 표시 방안을 개정 고시했고 기아차가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는 미국으로 동일 차종을 수출하고 있어 연비 과장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 판사는 "'실제 연비는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문구가 표시돼 있어 보통의 소비자라면 표시 연비와 실제 연비가 다를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며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 판사는 "지경부가 고시한 새로운 연비 표시 방법에 따르더라도 실제 연비와 차이가 날 가능성은 상존하고 다른 회사들도 동일한 기준으로 연비를 표시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2012년 11월 북미 지역에서도 연비 과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일부 차종의 연비가 과장됐다고 밝힌 후 북미 지역은 물론 국내에서도 연비 과장 관련 소송이 잇따랐다.

현대·기아차는 소비자 신뢰 유지를 위해 연비 하향과 고객 보상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는 북미 지역에만 국한했으며 국내 소비자에게는 적용하지 않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