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투자자금이 에너지 기업에 대한 주식투자에서부터 유전개발 사업에까지 '에너지 러시'를 이루고 있다. 미 서부 개발시대의 '골드 러시'에 비유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시장에서는 '닷컴버블'과 유사하다는 지적과 상당기간 높은 투자수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등 국제 투자자금이 에너지 관련 사업에 대거 유입되고 있으며, 위험성이 높은 사업에까지 돈이 몰리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미국의 석유ㆍ가스 생산 및 탐사기업 주가는 지난 2002년에 비해 250% 이상 상승했다. 이는 정유 및 가스 업체들의 올 2ㆍ4분기 순익이 45%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까지 돈이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에너지 관련 아이디어만 내걸면 투자자금을 모으는 것이 '식은 죽 먹기'다. 최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플래티넘에너지리소스의 경우 보유자산이 거의 없지만, '유전 및 가스전 매입'이라는 사업 아이디어만으로 두달만에 월가에서 1억1,500만달러를 끌어 모았다. 칼라일그룹 계열사인 리버스톤 역시 6주만에 에너지 기업을 매입하기 위한 자금 45억달러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2004년 에너지 펀드에 11억달러를 모으는데 2년6개월이 소요됐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에너지 투자에 대한 시장의 열기가 뚜렷하다. 상장 기업들의 에너지 기업 인수전도 과열 분위기다. 아나달코 정유사는 경쟁사인 커맥지사와 웨스턴가스리소스사를 인수하는데 211억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인수대상 기업들의 시가총액보다 각각 40%와 49% 많은 금액이다. 국제 투자자금의 '에너지 러시'에 대해 시장에서는 지난 2000년의 닷컴버블 붕괴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유전개발의 경우 해저탐사와 탐사권 및 채취권 획등 등 사업 진행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부존 석유량이 적을 경우 투자자금을 모두 날리게 된다. 특히 최근 우후죽순으로 발생한 신규 사업들은 에너지 부문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경우도 많고 리스크가 큰 지역이 대부분이다. 에너지 부문 애널리스트인 벤 델은 "지금 에너지부문에 대한 투자 열기는 지난 2000년 IT 기업에서 불었던 투자 열기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에너지 산업은 실물자산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다 현재의 가격상승도 중국 등 이머징 마켓의 수요증가로 촉발됐다는 설명이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런던주재 원자재 리서치장은 "에너지 부문의 수급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면 10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며 "에너지 투자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