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삼겹살집도 "싱글족 잡아라"

외식업계 '나홀로 마케팅' 열풍… 바 형태 매장이어 좌석도 1인용 단장


업무상 외근이 잦은 LG CNS 이범석 대리는 혼자 밥을 먹어야 할 상황이 생기면 은근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혼자 식당에 들어설라치면 마뜩찮아 하는 종업원들의 눈치가 느껴지고, 용기를 내 식당에 들어서서 자리를 차지하더라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혼자 4인용 테이블을 차지하는 것이 미안하고, 어쩌다 마주치는 다른 테이블 손님들의 시선도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주로 찾는 곳이 회사 인근의 일본식 스테이크 전문점. 이곳은 매장 내 좌석이 모두 1인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객들도 혼자서 식사를 즐기는 이들이 대부분이라 혼자 가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싱글족을 겨냥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외식업체들은 혼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이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바(bar) 형태의 매장 시스템을 도입하는가 하면 식사대용이 가능한 간편메뉴를 늘리는 등 싱글족을 위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혼자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고깃집과 곱창전문점까지 등장했다. ◇구매력 큰 고객층으로 =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0년 102만명이던 1인 가구수는 올해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체 인구 가운데 1인 가구의 비중도 2000년 15%에서 지난해 17%로 늘었다. 이처럼 1인 가구가 느는 것은 독신자가 증가하고, 만혼과 자녀들의 조기 독립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 직장인 싱글족들은 구매력이 높다. 이들의 경우 음식이나 생활편의를 돕는 제품구입, 자기계발 등에 돈을 쓰는 것을 아깝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 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즉석ㆍ간편식품과 반조리식품, 소형 가전제품 등이 잘 팔리는 것도 이들 싱글족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외식업계에서도 싱글족은 놓칠 수 없는 고객층. 치킨, 피자, 분식 등 패스트푸드 업종은 이들이 이미 주요 고객으로 자리잡았고 레스토랑, 베이커리전문점들도 싱글족들을 매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일본식 스테이크를 파는 ‘페퍼런치’는 매장에 바 형태를 도입해 싱글족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장 한가운데 바가 설치된 명동점은 40여석의 좌석이 모두 1인용이다. 이곳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 된지 오래다. 썬앳푸드 원정훈 대리는 “개인주의가 일찍 발달하고 싱글 문화가 보편화된 일본 브랜드를 도입하면서 현지 컨셉트대로 좌석을 모두 1인용으로 꾸몄다”면서 “함께 어울려 식사를 하는 우리 문화와는 맞지 않아 처음에는 매출이 높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혼자 찾는 고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싱글용 고깃집ㆍ곱창집까지=바 형태를 도입한 고깃집과 곱창집도 운영중이다. ‘고기촌 플러스바’는 매장에 바를 설치하고 혼자 찾은 고객도 바텐더와 대화를 나누면서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도록 했다. ‘바곱창’ 역시 테이블뿐 아니라 바에서도 곱창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젊은층으로부터 신선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싱글족 고객들이 즐겨 찾는 곳 중의 하나가 카페 형태의 베이커리전문점. ‘투썸플레이스’와 ‘믹스앤베이크’와 같은 베이커리카페 매장에서 혼자 케이크나 샌드위치를 먹는 고객을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혼자 매장을 찾는 1인 고객의 수가 크게 늘었다”면서 “저녁 식사 대용으로 음식을 테이크 아웃하는 여성 싱글 고객도 많다”고 덧붙였다. ◇서비스ㆍ마케팅도 강화 추세 = 싱글족이 높은 구매력을 지닌 고객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혼자 식사하는 것을 여전히 꺼리는 분위기 탓에 외식업체들이 타깃 마케팅을 펼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싱글족들에게는 아직 밖에서 사먹기 보다는 집에서 자신이 직접 만들거나 배달시켜 먹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패밀리레스토랑 등 주요 외식업체들은 아직 이들을 위한 별도의 마케팅이나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테이블 레스토랑에도 혼자 식사를 하는 고객을 위해 바를 대부분 설치하는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처럼 국내 외식업계에도 싱글족을 위한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늘어나리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시장을 보다 세분화 하다 보면 싱글족이 주요 타깃 고객층이 빠른 속도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외식업체들도 앞으로 이들에 대한 메뉴와 서비스를 강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