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월 13일] 눈덩이 부담금 과감한 정비를

국민이 조세 외에 부담하는 각종 부담금은 지난 2002년 7조9,288억원에서 지난해 15조2,780억원으로 6년간 거의 배나 급증해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내놓는 정비계획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가짓수도 101개로 거의 변화가 없다. 국민 1인당 부담 규모도 31만4,000원이나 된다. 부담금은 정부가 각종 공익사업에 사용할 재원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관계사업자에 부과하는 것이다. 정부는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이 문제될 때마다 이를 정비하겠다고 다짐해왔지만 말뿐이었음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부담금 연평균 증가율은 11.4%로 국세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2007년에는 무려 20.1%나 급증해 부담금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부담금은 신설과 폐지가 비교적 자유로운데다 조세저항이 덜한 편이고 징수하거나 쓰기도 편하기 때문이다.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세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담금도 목적에 따라 잘 활용하면 국민생활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전반적으로 운용이 투명하지 못하고 방만한 것이 문제이다. 기업은 그렇지 않아도 경제불황에다 각종 기부금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담금 종류도 줄지 않고 증가율도 높아 기업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황기에 과도하고도 잡다한 부담금은 소비는 물론 기업의 투자의욕까지 떨어뜨리게 된다. 기업이 부담금을 정비하겠다는 정부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됐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조치가 요구된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6월 부담금제도개선책을 마련해 내년 4월 발표하겠다지만 전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밀부담금과 광역교통시설 부담금 등 징수규모가 큰 부담금의 요율인하 방안을 마련하고 징수실적이 없는 부담금을 폐지하거나 성격이 비슷한 부담금을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신설을 억제하고 필요하면 조세로 전환하는 등 정부가 부담금의 매력, 즉 행정편의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2002년 부담금관리기본법까지 제정했으나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 부담금 신설, 징수요율 등 부과요건은 물론 징수한 부담금 재원을 정한 목적에 따라 사용하도록 법률로 엄격히 규정하는 등 부담금제도를 원점에서 검토해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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