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년전 비극 코러스 통해 표현"

연극 '아가멤논' 생체기학적 연출로 색다른 모습


‘연극 아가멤논에는 아가멤논 장군이 없다.’ 23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아가멤논’은 기존의 연극과 색다른 모습이다. 주인공 보다는 배경인 코러스의 비중이 더 크고, 이들이 아가멤논의 비극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연출을 맡은 미카일 마르마리노스는 세계적으로 코러스를 가장 잘 활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코러스는 동시대에 사는 군상들을 표현해 낸 것”이라며 “아가멤논은 2,500년 전에 벌어진 이야기지만 지금 우리 시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공연은 그리스 연극의 고정관념을 깨고 치렁치렁한 튜닉이 아닌 평상복 차림에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말 등 현대화 된 관점에서 재해석됐다. 그래서 배우들의 과장된 몸짓이나 표정연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일반인들의 얼굴들을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또 하나의 특징은 말 보다는 몸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이른바 ‘생체기학’에 바탕을 연출. 이번 공연을 위해 한국 코러스에 적합한 음악도 새로 작곡돼 배우들의 몸짓에 맞춰진다. 마르마리노스는 “지금까지 연극과는 달리 아가멤논에서의 코러스는 ‘단체’가 아니라 ‘개인’”이라며 “여러 계층으로 군상화 된 사람들을 개인의 모습으로 표현해 내 각자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 배우들을 통해 그리스 작품과는 다른 한국적이고 독특한 코러스가 탄생됐다”며 “이것은 두 나라 간의 새로운 문화교류를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아가멤논에서는 관객도 코러스의 일부다. 막의 시작과 끝 부분에 관객들이 무대로 올라와 연극의 일부에 참가하게 된다. 그는 “예술자체가 경험”이라며 “‘이거다’라고 정의를 내리지는 못하지만 연극이 끝난 뒤 분명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가멤논은 아이퀼로스가 쓴 장편 서사극 오레스테이아 3부작 가운데 도입부에 해당하는 그리스 비극이다. 이번 작품은 10년이나 지속된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아가멤논과 그 가문을 둘러싼 피의 복수극이 2500년의 시대를 넘어서 재해석된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4월 23일부터 5월 11일까지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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