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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시즌이 다가왔다. 매서운 추위 속에 따뜻한 실내에 모여 동료들과 함께 한 해 동안 지내온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면서 한잔 두잔 마시다 보면 과음을 하게 마련이다. 연말 분위기를 적당히 즐기는 것도 좋으나 과음을 주의해야 할 질환자들은 송년회가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다. 특히 술을 마시면 관절 통증이 더욱 심해지는 통풍환자와 설사 증상을 보이는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들은 연말 술자리를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통풍은 혈중 요산 수치가 갑자기 상승하면서 증세가 나타나고 환부의 관절이 갑작스럽게 부으면서 빨갛게 된 후에 심한 통증이 일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요산은 우리 몸속에서 대사가 이뤄진 다음 생기는 일종의 찌꺼기 같은 물질인데 이 요산이 혈액 속에 지나치게 많아지면 유리 같은 결정체가 되고 이 성분들이 관절 주변에 붙게 되면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통풍이 발생된다. 통풍으로 인한 통증은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해 흔히들 치통과 맞먹는 극심한 통증이라고 말한다.
통풍에 따른 통증은 낮보다 밤에 심하게 일어나는 경향이 있으며 심할 경우 류머티즘 관절염처럼 관절의 변형이 오기도 한다. 보통은 엄지발가락과 발목 등에서 시작하는데 무릎과 팔꿈치·손목·손가락 등 관절이 있는 곳 어디든 올 수 있는 질환이 통풍이다.
양형섭 용인분당예스병원 원장은 "맥주와 기름진 음식을 먹게 되면 체내 요산 수치가 올라가 통풍 증상이 심해질 수 있는 만큼 통풍환자들은 가급적 과음을 피하고 술자리에서 물을 많이 마시는 한편 육류 안주보다는 신선한 과일과 저단백·저칼로리 등의 안주를 챙겨 먹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연말 잦은 음주로 설사와 복통에 시달린다면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술을 마신 뒤 설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알코올 때문이다. 술에 있는 알코올이 담낭에서 분비되는 담즙을 감소시켜 음식물의 장내 흡수율을 떨어뜨린다. 더욱이 과음을 하게 되면 알코올이 위 점막을 손상시키고 대장 점막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때 대장의 과도한 연동운동으로 미처 수분을 흡수하지 못한 채 몸 밖으로 배출되면서 설사가 발생된다.
그동안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던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최근에서야 선천적인 장의 민감도와 체내 호르몬의 일종인 세로토닌의 분비 정도, 특정한 음식물에 대한 반응 등이 주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스트레스나 불규칙한 식생활, 과음 등이 더해지면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 것이다.
전용준 다사랑중앙병원 원장은 "연말 송년회 시즌에는 일주일에 3회 이상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알코올에 의해 장이 과민해진 상태에서 계속 술을 마시게 돼 과민성 대장증후군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며 "한 번 술자리를 갖게 되면 최소 3~4일 이상의 휴식기간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연말 술자리를 주의해야 할 질환들로 당뇨와 치질 등도 꼽을 수 있다.
당뇨 환자의 경우 자칫 저혈당 증세를 보일 수 있으므로 술을 마시기 전에 반드시 식사를 먼저 하는 것이 좋다. 술 마시기 전에 사탕을 먹어두는 것도 저혈당 증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치질 환자들은 술을 먹게 되면 치질 부위의 염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는 만큼 술자리 다음날 따뜻한 물로 좌욕 등을 하며 치질 부위의 혈액순환을 시켜줄 필요가 있다.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판정을 받은 직장인들도 술자리 횟수를 줄이는 것이 좋다. 1주일에 2~3회 이상 자주 술을 마시는 경우에는 간이 비대해져 쉽게 피로해지고 지방간 증상이 심해질 수 있고 과음이 이어지면 췌장염 발생 우려도 있다. 따라서 하루 술을 마시면 최소 3일 이상 휴식기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빈속에 술을 마시지 않고 안주만 잘 챙겨 먹어도 술로 인한 부작용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 흡수 속도가 빨라지고 위점막을 자극해 위염이나 위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식사를 할 시간이 없다면 우유·치즈·달걀·생선·고기 등 고단백 음식을 함께 먹어 알코올 흡수 속도를 늦추고 위장에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평소 두통이 심한 사람이라면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먹는 '폭탄주'를 피하는 것이 좋다. 폭탄주는 각종 화학 첨가물이 서로 반응해 두통 등 숙취를 더욱 심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득이하게 여러 종류의 술을 마셔야 한다면 약한 술에서 독한 술의 순서로 마시는 것이 좋다. 독한 술을 먼저 마시면 위 점막이 제대로 흡수를 못해 나중에 마시는 술은 그대로 간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음주와 흡연을 동시에 하는 것은 금물이다. 담배 속의 니코틴은 위산 과다를 부르고 위의 혈류 흐름을 방해한다. 알코올은 니코틴 흡수를 빠르게 하고 간의 해독 기능을 떨어뜨린다. 결과적으로 담배 때문에 더 빨리 취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담배를 피우면 뇌의 중독 관련 부위가 자극돼 술을 더 마시게 된다.
술을 깨기 위해 일부러 토하는 사람이 있으나 술을 깨는 효과는 없이 강한 위산이 역류해 식도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행위는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술을 마시기 전 과일주스나 이온음료 등을 마셔두면 전해질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에 탈수나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술을 마신 후 잠자기 전에 포도당이 많이 함유된 죽이나 누룽지 등을 먹어두면 다음날 숙취를 줄 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