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여전히 위험한 중국 투자

지난해 12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중국시장 진출에 대한 다국적 기업들의 기대를 한껏 고조시켰다. 그러나 이들 중 얼마나 많은 기업이 중국에서 진행되는 일을 알고 있을까.한 서구 기업이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제품 생산을 위해 조인트 벤처 공장을 설립한다. 합작 파트너가 기술을 도용하고 길 건너편에 똑 같은 공장이 설립된 것을 그 기업이 알기 전까지 얼마간은 모든 일이 잘 돼 나간다. 하지만 기업은 바로 옆 문에서 쏟아져 나온 값싼 모조품에 의해 브랜드가 훼손당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 같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베이징에서 날아온 분쟁 조정단 역시 합작 벤처의 은행 계정이 텅텅 비고 노동자들 역시 적대적으로 돌아섰다는 것을 보게 된다. 변절한 합작 파트너는 그 지방의 시장, 경찰서장, 지방법원 판사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법적인 해결 역시 쉽지 않다. 펩시가 전형적인 사례다. 펩시는 지난 20년에 걸쳐 중국에 5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아직 별다른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펩시는 지난 1994년 중국 정부로부터 병과 소프트 드링크의 유통을 위한 합작 파트너를 소개 받아 시추안에 조인트 벤처를 세우게 된다. 하지만 지금 펩시는 합작 벤처의 회장인 후 펭시안이 펩시의 동의 없이 고급 승용차와 유럽 여행으로 자금을 탕진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재원 역시 마케팅 비용 부풀리기를 통해 상당 부분 빠져 나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후 회장은 이 같은 의혹을 부정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공장을 방문해 재무 상태를 조사하려는 펩시 관계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법원은 부패하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대다수 서구 기업들은 중국 기업과의 분쟁에 국제 재판소의 규정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펩시도 현재 스톡홀롬 패널에 시추안 사건을 의뢰한 상태다. 그러나 사태를 장담할 수는 없다. 설혹 국제 재판소에서 펩시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판결의 이행을 위해 사건은 중국 지방법원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 현재 중국에 진출하는 상당수 다국적 기업들은 외국기업이 전체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을 통해 합작 파트너의 함정에 빠지는 일을 피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파트너 없이는 공장 설립을 위한 토지 확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펩시는 이번 시추안 사태가 해결되면 상호 신뢰와 투명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새 합작 파트너를 물색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 그 같은 파트너를 찾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펩시의 이번 사태는 WTO 회원국이란 지위가 결코 법 규범의 대체물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우게 하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8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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