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습기 살균제가 폐손상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법규상 '공산품'이어서 피해배상 등은 피해자들이 개별적인 소송으로 해결하라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은 11일 "정부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피해자 보상 대책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대책모임 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제도 공백으로 가습기 살균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폐이식 수술비용만도 1억원, 약물치료비는 매달 350만원에 달할 정도로 환자들의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며 "환자 가정은 이미 파탄 지경에 이르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뚜렷한 대책은커녕 피해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장 7개월 가까이 입원하고 있는 환자의 경우 2억원대에 가까운 의료비용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살균제에 따른 폐손상은 건강보험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 대상으로 치료비가 더욱 비싸 피해자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살균제가 공산품으로 분류돼 정부가 배상이나 보상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오는 12월에 살균제가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사실상 기존 피해자들은 살균제 제조사들과 민사소송으로 배상이나 보상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인터넷에서 활동 중인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카페는 두 곳으로 회원 가입자는 1,000여명이며 실제 피해자는 100~200명 수준인 것으로 피해자 모임 측은 파악하고 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소송을 통해 피해보상을 받으라고 하지만 영수증 등 가습기 살균제를 구입했다는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수많은 환자는 아예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과거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던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유해물질이 독성을 나타낼 경우 급성증상은 통상 노출된 지 6개월 이내에 발생된다"며 "일정 기간 내에 호흡곤란, 지속적인 기침 등의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크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 자문을 한 대학병원 A 교수는 "유해한 화학물질로 인한 독성의 경우 노출이 중단되면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는다"며 "지난 겨울에 가습기 살균제를 썼는데 현재까지 아무 이상이 없다면 별도의 폐검사는 받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