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경제위기가 갈수록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브라질 레알화 가치는 심리적인 마지노선인 달러당 2.0레알 아래로 떨어지는 등 폭락세를 거듭하고 있고, 연일 계속되는 대규모의 자본유출 사태도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않고 있다.
여기에 브라질 정부가 곧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예금동결 등 강력한 자본통제 조치를 펼 것이란 소문이 나돌면서 예금자들이 예금인출에 나서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수 대통령을 비롯한 경제당국자들은 『자본통제 조치는 악성 루머에 불과하다』며 소문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확산되는 위기공포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브라질 금융시장은 특히 손댈 방법이 없을 정도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레알화는 지난 29일 상파울루 외환시장에서 개장초부터 폭락세를 보여 한때 달러당 2.14레알까지 급락했다.
오후 들어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2.06레알로 마감돼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달러당 2.0레알이 깨졌다. 브라질 정부가 지난 13일 자유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 무려 40% 이상 평가절하된 것이다.
레알화가 이처럼 폭락세를 보인 것은 브라질 정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예금동결 등 자본통제를 실시할 것이란 소문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자금통제가 실시되기 전 예금을 인출하는 사태 가 벌어졌고, 레알화 가치는 폭락했다.
문제는 이같은 폭락세가 언제 그칠지 모른다는 점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레알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29일 은행간 금리를 다시 37%로 올렸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은행간 금리가 매일 1.5%포인트 올라 곧 상한선인 41%까지 인상될 것으로 보고있다.
대규모의 자본유출 현상도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위기 불안이 증폭되면서 매일 4억~5억달러가량이 빠져나가고 있다.
올들어 브라질 외환시장에서 빠져나간 자본은 167억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00억달러 가량은 브라질 국민이 현지 화폐로 달러를 매입, 해외로 유출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브라질 정부의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선언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태가 이처럼 악화되자 브라질 정부도 강구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 위기 수습에 나서고 있다. 이달초 외환보유고를 360억달러로 발표한 이후 정확한 외환보유고를 밝히지 않았던 브라질 정부는 1일부터 매일 외환보유상황을 공개키로 했다. 또 레알화 폭락을 막기 위해 자유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 방관해왔던 외환시장에 다시 개입하는 등 특단의 대책도 강구키로 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동요가 이미 한계선에 달해 이같은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낼지는 미지수다.
로이드은행의 외환딜러인 페드로 토마소스는 『브라질에 대한 신인도가 회복돼야만 레알의 하락과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다』며 『브라질의 이미지가 너무 나빠 외국은행들이 대출연장 조치를 기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