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플러스 영남] 자전거로 고국일주 나선 60대 재일교포

"만나는 풍경·동포들 정겨워"
고인봉·박정태씨 '4년간 여행' 예정

자전거로 고국 일주에 나선 박정태(왼쪽) 고인봉씨가 최근 울산에 도착해 투어 출발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60대의 재일(在日)교포 2명이 자전거로 4년간 고국 투어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 오사카(大阪市)에 사는 재일교포 고인봉(高仁鳳·68), 박정태(朴正泰ㆍ62)씨는 지난해 시도했다 중단했던 고국 자전거투어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최근 울산을 찾았다. 이들은 황혼의 나이임에도 자전거를 타고 하루 50~60㎞를 거뜬하게 달린다. 지난해 이들은 자전거로 부산과 창원, 진해, 거제, 남해, 제주도 곳곳을 직접 누볐고 지난말 말부터 4년 동안 고국의 자전거 일주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같은 인쇄업을 하며 형제처럼 지내던 박씨와 고씨는 지난 2004년부터 고국이 그리워 자전거 투어를 계획했다고 한다. 박씨는 고국 투어를 위해 수십년간 운영하던 인쇄소를 아예 아들에게 물려줬다. 박씨는 “일본의 경치나 사투리는 잘 알지만 정작 내 조국의 풍경은 모른다”며 “몸이 움직이는 한 느긋하게 부모님의 고향을 샅샅이 찾아보자는 생각에 자전거 투어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울산을 찾은 박씨와 고씨는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니 부모님의 나라를 찬찬히 쉬엄쉬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목이 컬컬할 때 마시는 막걸리, 가는 곳곳에서 만나는 동포들이 정말 정겹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 여행에서 이들은 일본 리츠메이칸 대학에서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로 자리를 옮긴 이시키 히로시(一色 浩) 교수와의 친분으로 지난 26일 울산대 일본어ㆍ일본학과 학생들에게 ‘일본에서의 한국인 삶’ 주제 강연을 하기도 했다. 강단에 함께 오른 이들은 “일본인들의 멸시와 냉대 속에서도 나름대로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어떠한 역경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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