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리움미술관 옆에 ‘갤러리 식스’ 개관

어머니 홍라희 전 관장과 차별화 된 미술계 영향력

꼼데가르송 한남점 내 '갤러리식스'


지난 4일 저녁, 한남동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한 꼼데가르송 한남점이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문화계 인사로 북적였다. 지하 1층 ‘갤러리 식스(Six)’의 개관기념 파티 때문이다. 5일부터 내년 1월2일까지 열리는 개관전은 미국 출신의 영화감독이자 화가로도 활동하는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의 개인전으로 마련됐다. 어둑한 공간에서 상영중인 12편의 단편영화와 국내에 최초로 선보인 7점의 회화작품을 보기 위해 국내 유명 갤러리 대표들을 비롯해 작가와 큐레이터 등이 자리를 채웠다. 사진작가 김중만, 배우 강수연 외 국내외 패션계인사들도 참석했다. 이날 미술계 관계자들이 모여든 것은 작가의 영향력도 있지만 ‘갤러리 식스’의 실질적인 운영자로 알려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녀 제일모직 이서현 전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반영됐다. 서울예고와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헙한 이 전무는 가족 가운데 어머니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함께 미술에 대한 가장 큰 조예를 가진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서울대 응용미술학과 출신인 홍 전 관장이 순수미술에 대한 애호가 더 큰 데 반해 딸 이 전무는 미술과 패션을 동시에 공략하며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총체적 감성을 자극하는 예술을 추구한다. 홍 전 관장은 모네의 인상주의 화파부터 마크 로스코ㆍ싸이 톰블리 등 현대적인 추상화를 아우르며 루이스 브루주아ㆍ제프 쿤스ㆍ무라카미 다카시 같은 동시대미술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미술관 소장품에 이 같은 안목이 반영돼 있다. 반면 10꼬르소꼬모와 꼼데가르송한남 등 세계적인 복합문화공간을 국내에 소개한 이 전무는 순수 미술가보다는 데이비드 린치나 기 부르댕 처럼 영화감독이나 사진작가, 디자이너인 동시에 화가로 활동하는 멀티플레이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작품 경향도 파격적, 전위적이다. 전시장 운영 전략도 완전 딴판이다. 수년 째 ‘한국미술계 영향력 1위’를 지키고 있는 홍 전 관장은 고상한 취향으로 미술관 본위에 충실하게 리움미술관과 로댕갤러리를 운영하며, 미술사적으로 검증된 국내외 거장의 전시를 추진했다. 반면 이 전무는 두 곳의 전시공간을 모두 복합문화공간인 의류매장 안에 소규모로 마련했다. 상업적 소비와 예술적 감동이 공존해 방문객들의 생활감성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감지된다. 전시장은 비영리 대안공간처럼 운영되며 국내에 덜 알려진 해외작가들을 중점적으로 소개할 전망이다. 한 갤러리 대표는 “‘갤러리식스’는 입지적으로 한남동 문화거리에서 리움미술관과 시너지를 노릴 수 있으며, 이서현 전무가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국제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그의 감각이 미술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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