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맞춰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명작 연극들이 속속 개막한다. 이들 작품은 가벼운 코미디 연극과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그렇다고 지루하지는 않다. 정극은 아직 부담스럽고 코미디극은 조금 경박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관람하기에 더 없이 좋은 작품들이다. ◇윤석화의 무대 복귀작 ‘신의 아그네스’= 1983년 실험극장에서 ‘신의 아그네스’가 첫 선을 보인 뒤 관객의 반응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최장기 공연과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한번에 갈아치웠다. 당시 배출된 연극계 스타가 바로 배우 윤석화이다. 순수하고 깨끗한 수녀 ‘아그네스’ 역을 늘 맡았던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수녀원의 신생아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리빙스턴 박사로 출연한다. 지난해 학력위조 파문으로 활동을 중단한 이후 복귀 공연으로 출세작인 ‘신의 아그네스’를 선택한 것이다. 윤석화는 “이 작품보다 떨리고 두렵고 감사할 수 있는 작품은 없을 것 같다”며 “연극에 대한 열정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우 손숙이 주로 맡았던 원장수녀 역은 이번에 한복희가 맡고, ‘아그네스’ 역은 신인배우 전미도가 담당한다. 12월 6일~2월 14일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02)3672-3001 ◇정보석과 데니안이 출연하는 ‘클로져’= 2005년 초연한 뒤 이듬해 김지호가 출연했을 때 소위 대박이 났다. 연일 매진이 이어졌고 이후 검증된 연극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번 공연에는 탤런트 정보석과 아이돌 그룹 GOD 출신의 데니안이 출연한다. 방송을 자제하고 연극 ‘아트’에 출연 중인 정보석은 “원래 ‘아트’를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이남희, 조희봉 등 ‘아트’ 초연 배우들이 뭉친다고 해서 갑자기 결정했다”며 “클로져를 꼭 해보고 싶어 계속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니안은 지난 3월 연극 무대 데뷔작으로 ‘클로져’에 출연한 이후 ‘라쇼몽’, ‘벚꽃동산’ 등 올해 계속 연극에 출연했다. 그는 “아침 TV드라마 출연이 확정돼 연극을 자제하려 했는데 마침 초연작인 ‘클로져’ 제의가 들어와 승낙했다”며 “연기가 얼마나 늘었는지 가늠해 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클로져’는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통해 인간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으로 1997년 영국 웨스트엔드 연극상을 받은 바 있다. 정보석, 데니안 외에 고영빈, 배성우, 김유진, 배진아 등이 출연한다. 12월 5일부터 2월 8일까지 대학로 SM아트홀에서. (02)764-8760 ◇모노 드라마의 가능성을 증명한 ‘염쟁이유씨’= 2006년 초연 당시 1인극으로 진행되는데다 죽음을 소재로 해 무겁고 우중충하리라는 편견이 컸었다. 흥행 부적격 요소를 두루 갖췄다고 평가 받았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염쟁이유씨’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고 초연 이후 12만 명이 다녀갔다. 1인 15역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내는 배우 유순웅의 농후한 연기와 삶에 대한 진솔함이 묻어 있는 대사 덕분이다. 유씨가 마지막 염을 앞두고 관객들에게 염의 의미와 절차를 설명하며 자신이 보아온 천태만상의 장례 풍경을 고발하는 장면은 우리네 세상살이를 돌아보게 한다. 12월 2일부터 2009년 3월 1일까지 인켈아트홀2관에서. (02)3676-3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