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사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보고용으로 제출되는 임원 인사카드에는 해당임원의 출신지와 출신학교가 기재돼 있지 않다. 김 회장 또한 이를 따로 물어보지 않는다. 왜 이럴까.
2일 금융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2006년 11월 하나대투증권 사장에 오른 이후부터 지금까지 임원들의 출신지나 출신학교를 삭제한 인사카드로 보고 받는다. 2008년 하나은행장을 거쳐 2012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이후에도 이같은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바로 특정 파벌이나 학맥이 형성되는 걸 경계하기 때문이다.
이는 하나금융 성장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하나금융은 지난 1971년 한국투자금융이라는 단기금융회사로 출발, 1991년 하나금융으로 재탄생했다. 91년의 하나은행은 은행권을 주름잡던 조상제한서(조흥·상업· 제일·한일·서울)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었지만 인수합병 전략을 통해 성장을 거듭했다. 실제 충청은행(1998년), 보람은행(1999년), 서울은행(2002년)을 차례로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외환은행과의 합병도 코 앞에 두고 있다.
이렇듯 여러 은행을 합병해서 키워나가다 보니 파벌에 대한 우려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외환은행과 합병을 완료할 경우, 순수 하나은행 출신보다 외환은행 출신이 많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김 회장은 현재 지주사 임원인사에 대해서는 각 지주사의 대표에게 일임하고 있지만 하나금융 임원인사에는 이 같은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한 임원은 “회장님의 이 같은 방침 때문인지 같은 부서에 근무한 경험이 없으면 임원들끼리도 출신지나 출신학교를 모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며 “하나은행의 별칭이 HSBC(하나·서울·보람·충청)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수합병으로 커왔다 보니, 파벌 형성에 대해 내부적으로 많이 경계하는 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