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경기진작 노력의 결과 민간소비와 산업생산이 활력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반사효과도 고성장의 배경. 전년동기와 비교되는 통계의 허점이다.통계적 착시현상을 감안해도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성장률은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다. 한국은행은 양과 질에서 실질적인 경기회복세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성장의 이면에선 과열과 거품경기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소득계층간의 격차 확대, 산업 및 지역경기의 양극화 등 구조적 불균형이 확대되면서 성장의 질이 오히려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 선별적 투자확대와 거품 요인의 제거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우문제 등도 성장탄력을 이어가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성장과 구조조정을 동시에 진행시켜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는 셈이다.
◇성장률 왜 뛰나= 각 부문의 고른 성장 덕분이다. 소비, 투자, 수출 등이 경제성장에 고르게 기여한 것. 우선 민간소비와 재고변동에 주로 의존했던 성장패턴에서 벗어났다.
지출항목별 경제성장 기여율을 보면 민간소비가 1·4분기 74.8%에서 2·4분기 47.7%로, 재고변동이 112.5%에서 50.3%로 각각 낮아졌다. 반면 설비투자 기여율은 27.4%에서 33.3%로 상승했고 정부소비(-3.7%→-2.6%), 건설투자(-53.2%→-18.3%) 등은 마이너스 폭이 적어졌다.
제조업 성장도 크게 기여했다. 2·4분기 중 제조업 성장률은 20.1%. 지난 87년 4·4분기(20.1%) 이후 11년 6개월만의 최고치다. 특히 1·4분기까지 중화학공업에만 국한됐던 성장세가 경공업으로까지 확대됐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던 경공업은 신발을 제외한 전업종이 플러스성장을 기록했다. 다만 전기통신·컴퓨터 등이 전체 제조업의 성장을 이끄는 패턴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수출도 효자. 97년을 100으로 했을 때 2·4분기 수출은 131.3에 달한다. 반면 소비(96.8), 건설투자(84.4), 설비투자(73.9), 수입(94.9) 등은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밑돌았다.
◇통계 착시현상 여전= 하지만 통계에 의한 착시현상은 여전하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연간 성장률이 마이너스 5.8%이기 때문에 생산과 소비가 조금만 늘어도 전년동기와 비교되는 성장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외환위기 이전인 97년과 현 수준을 직접 비교할 때 통계상의 착시가 사라진다. 97년을 100으로 봤을때 2·4분기 GDP는 101.2%. 경제가 2년동안 1.2%성장하는 데 그쳤다는 얘기다. 상반기 전체로는 1.4% 성장했다. 외환위기라는 특수요인을 제거하고 나면 3년 9개월만의 성장률 최고기록도 의미가 없는 셈이 된다. 이같은 통계의 허점은 올해 말까지 계속된다.
◇경기 과열인가= 한은은 하반기에도 고속성장이 이어져 연간 7%대 성장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과열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정호(鄭政鎬)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에 대해 『과속일 수는 있지만 과열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경기과열 여부는 수요면에서 물가와 경상수지에 얼마나 부담을 주는 지로 판단할 수 있는데 아직 물가는 안정돼 있고 경상수지도 매달 20억달러 정도의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
鄭 국장은 『공급측면에서도 제조업가동률이 지난 6월 79.3%로 경기가 과열을 보이던 94년 12월의 84.1%보다는 낮고 실업률도 하락추세에 있지만 아직 5%를 넘고 있어 여유가 있다』며 『내년에 인플레 압력이 커질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융연구원은 내수증가가 소비를 주도하고 있어 자칫 부분적 과열양상으로 치달을 우려가 있고 금융권의 추가부실 발생가능성도 커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다.
경상수지도 수입증가로 흑자폭이 줄어드는 등 모양이 안 좋아지고 있으며 특히 상반기 중 올해 전체예산의 70%가량(약61조원)이 집행됨에 따라 통화승수효과에 의한 경기팽창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 연구위원은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시기상조이나 우리 능력에 맞는 5% 성장을 초과함으로써 부분적 과열현상에 따른 경제버블화와 불균형성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崔 위원은 특히 구조조정의 과제가 있는 대기업 위주로 경기회복이 가시화함에 따라 잠재적인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은 재벌기업에 자금이 집중돼 총체적으로 잠재적 위험이 증폭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성장의 이면에선 소득분배구조의 악화 등 불균형이 크게 확대되고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가격불안을 통한 분배구조 악화도 우려되고 있다.
권홍우기자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