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국이 보혁 갈등으로 요동치고 있다. 이란 보수파가 다음달 20일로 예정된 총선에 나설 후보자 중 개혁파 인사 2,000여명의 입후보 자격을 박탈하면서 촉발된 사태다.보수파의 조치는 다음 선거에서 개혁파가 세력을 넓힐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 보수파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의 지명 인사로 구성된 수호위원회는 11일 입후보자 8,200여 명 중 개혁파 현역의원 80명을 포함해 2,033명의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이슬람 신학자와 율법학자로 구성된 수호위원회는 법률 심사권과 후보 자격 심사권을 갖고 있다.
이 결정 후 개혁파 지도자인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동생이자 현 의회 부의장인 모하메드 레자 하타미 의원 등 개혁파 거물 인사들이 대거 자격을 박탈당했다. 또 여성 인권을 위해 싸우고 있는 개혁파 여성들도 출마가 금지됐다.
개혁파는 “이번 조치는 쿠데타”라고 규탄하면서 즉각 시위에 나섰다.
하타미 대통령도 “자격 박탈에 맞서겠으며 싸울 수 있는 합법적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하타미 대통령은 그러나 시위가 거세지고 선거 거부 분위기가 확산되는 등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자 12일 조만간 하메네이와 만나 절충을 시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신들은 2000년 선거에서 총의석 중 3분의 1만을 차지해 1979년 회교 혁명이후 처음 소수파로 전락한 보수파가 예상되는 파장을 무릅쓰고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분석하면서 향후 이란 정국이 혼미를 거듭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