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1세기 한국의 비전이자 희망이다. 대통령의 합리적 실용주의가 한국 정치와 경제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릴 것으로 믿는다."(이건희 삼성 회장)
"한국에서 같이 온 31명의 경제인 사절단에게 감사 드린다. 국내외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와 메시지를 줄 것이다."(노무현 대통령)
지난달 초 방미 세일즈 외교 때 노 대통령과 재계 1위의 그룹 총수가 주고 받은 덕담이다. 참여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정부와 재계가 화합 무드를 빠르게 조성해 나가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의 방미 이후 정부와 재계는 상대방을 자극하는 언행을 자제하며 코드 맞추기에 한창이다.
◇앙금 씻고 `코드` 맞추기= 참여정부와 재계가 정부 출범 초기의 갈등을 벗고 화합 분위기로 돌아선 데는 노 대통령의 방미 외교에 경제인들이 대거 동행한 게 전환점이 됐다. 노 대통령 스스로 `성공적`이라고 평가한 이번 방미 기간 중 주요 대기업과 최고경영자(CEO)들은 미국 내 인맥을 최대한 활용, 정상외교의 성과를 극대화하는데 힘을 합쳤다.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재계 끌어안기도 자연스레 이뤄졌다. 미국 방문 첫 행선지인 뉴욕에서 노 대통령은 취임후 처음으로 국내 재계 인사들과 집단 간담회를 가졌다. 토론도 당초 예정된 1시간30분 보다 40여분간 더 진행되는 등 시종 진지하고 활발한 대화가 이뤄졌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방미 마지막 날에도 노 대통령은 재계 인사들과 예정에 없던 조찬 모임을 갖고 여러 차례 고마움을 표시했다. 재계를 보는 노 대통령의 시선이 변화됐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며 "참여정부와 재계가 정상적인 관계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번 방미 기간 중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한 것은 물론 노 대통령의 대기업에 대한 시각이 우호적으로 바뀐 데 고무된 분위기다. 이에 따라 재계도 노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 한국경제 신뢰 회복 등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한편 관치 금융 근절, 회계 처리 투명화, 지배구조 개선 등 경제 개혁 의지에 적극적으로 부응해 나가겠다는 자세다.
◇파트너십 확대 박차= 정부와 재계는 이 같은 우호 관계를 보다 발전시키기 위해 후속책 마련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우선 전경련 등 경제 5단체는 오는 16~21일 뉴욕과 보스턴, 런던에서 `코리아 시니어 매니지먼트 컨퍼런스`를 주관, 또 한번의 `한국 경제 알리기`에 나서기로 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순원 현대차 사장 등 일선 경영인들이 직접 나서는 만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또 정부가 노사 관계 개선, 투자 활성화, 규제완화 등 투자 촉진책을 잇달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전경련을 중심으로 경기 활성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산업자원부도 이번 전경련 등의 해외 IR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이달말 참여정부의 정책 방향 등에 대한 국제 세미나를 개최할 방침이다.
이 같은 화해 분위기가 얼마나 더 지속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의 대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발언이 최근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전술적 후퇴`라는 측면이 큰 데다 출자총액 제한, 구조조정본부 폐지 등 예민한 문제들이 전면에 돌출되는 순간 화합의 무드는 팽팽한 긴장무드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