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잡으러 갔어야 했다
제7보(101~116)
흑1로 한걸음 물러선 것은 정수이자 최강의 수순이다. 제일감은 참고도1의 흑1로 봉쇄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백2 이하 10의 반격을 당하여 도리어 우변의 흑대마가 위험하게 된다.
백은 2로 탈출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조훈현은 10분 이상 뜸을 들였다. 계속해서 흑이 12의 자리에 틀어막으면 백은 흑의 포위망을 어떤 식으로든 물어뜯고 수상전을 벌이자고 나설 것이 뻔하다. 과연 백대마가 잡힐까. 장고하던 조훈현은 슬그머니 흑3으로 물러섰다. 검토실의 서봉수9단이 혀를 끌끌 찼다. “조훈현이도 늙었구나.”
옆에 있던 필자가 서봉수에게 물었다. “잡으러 갔어야 했다는 얘긴가?”
“물론이지.” “잡을 수 있나?” “있고말고.”
서봉수가 주르륵 놓아보인 가상도가 참고도2의 흑1 이하 17이었다. 이것으로 백대마는 다 잡히며 바둑도 여기서 끝이라는 설명이었다.
실전은 도리어 백이 16으로 흑대마를 공격하게 되었다.
“저렇다니까. 끝낼 때 끝내주지 않으면 저렇게 되쫓긴다니까.”
서봉수가 또 혀를 끌끌 찼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8/26 1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