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창업가, 젊을 필요없고 전문가일 이유도 없다… 생각을 뒤집어라 그리고 실천하라

■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다니엘 아이젠버그 지음, 다산북스 펴냄)
30년 은행맨, 퇴사후 벤처설립… 업무 노하우로 틈새공략 성공
非법률인 청년, 법률회사 세워 업계간 고충서 금맥발견 승부
창업가 고정관념 완전 깨뜨려… 역발상·혁신 실행이 황금열쇠



당신이 아는 최고의 창업가를 떠올려 보라. 그 답안지엔 애플의 아버지 스티브 잡스와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십중팔구 포함돼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떠올리는 창업가의 이미지는 뻔하다. 특정 분야에 빠삭한 천재이자 청바지와 운동화가 잘 어울리는 청년. 아, 이들은 구글과 MS, 페이스북 같은 '창의적 기업'에서 잠시 일하다 자기만의 사업을 시작하는 코스를 밟는다. 어떤가. 당신이 머리 속에 그린 창업가의 이미지와 얼추 비슷하지 않은가.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출신의 저자는 대중이 가진 창업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부순다. 그는 오히려 창업가가 꼭 젊어야 할 필요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일 이유도 없다고 말한다. 남들이 버린 아이템 속에서 금맥을 발견하는 역발상, 혁신적인 가치를 실행에 옮길 줄 아는 태도가 나이와 전문성을 뛰어넘는 덕목이라는 것. 그는 전세계에서 발견한 혁신적인 창업가들의 실제 성공 스토리를 통해 이 사실을 차근차근 증명해낸다.

일본 미츠비시 은행의 고위 임원 출신인 아츠마사 도치사코는 은퇴 후 52세 나이에 MFIC라는 벤처기업을 세웠다. 30년간 은행에서 일하며 해외에 나갈 일이 많았던 그는 미국에서 다양한 국가 출신의 이민자들이 높은 수수료를 떼고 본국에 송금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국제 은행 업무를 통해 쌓은 경험과 지식으로 사업을 시작한 그는 금융 서비스 소외 계층을 위한 저렴한 온라인 송금 플랫폼을 만들었다. 2003년 창업한 MFIC는 2011년 기준 매출이 1,000만 달러에 육박했다. 예순이 넘은 도치사코는 2012년 MFIC에서 나와 또 다른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인도 영국을 잇는 법률서비스 대행회사인 클러치 그룹. 3개국에서 활동하는 400여명의 변호사 업무를 관리하는 이 회사의 창업자는 법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인도 청년 '아비 샤'다. 법과 관련된 샤의 경험은 미국 대법원 견학이 전부. '업무 처리 아웃소싱 벤처기업을 인도에 만들겠다'는 목표로 하버드 경영대학원 입학한 그는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로 활동하는 친구들의 고충(업무량), 로펌에 대한 불만이 많은 법무팀 직원의 불평을 듣던 중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글로벌 변호사 사무소 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수수료 비싼 로펌들이 수행하던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서비스를 보다 싼 비용으로 제공하기로 한 것. 기업 법무팀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수준 높은 법률 지원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2006년 문을 연 클러치 그룹은 6년 만에 연 매출 2,500만 달러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비(非)법률인'이란 사실이 창업과 사업에 그 어떤 장애도 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샤의 아이디어와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 결단력이었다.

도치사코와 샤 모두 나이와 전문성의 제약을 뛰어넘는 역량으로 새 사업을 성공적으로 키워냈다. 그 근원엔 '역발상'이 있다. 도치사코는 미국의 금융 부호들이 아닌, 소외계층인 히스패닉을 보고 사업의 힌트를 얻었고, 샤 역시 모두가 '평범한 불평'으로 무시했던 변호사의 고충, 기업 법무팀의 불만에서 기회를 발견한 것. 저자는 "남들이 다 아니라고 말하는 곳에서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창업가"라고 말한다.

창업가에 대한 대중의 고정관념을 반박하면서 창업가가 직면하는 다양한 종류의 역경도 분석한다. 27개의 창업 사례가 곳곳에 소개되며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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