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연말BIS관리 돌입

은행 연말BIS관리 돌입 "대출금 갚아라" 신규는 아예 중단 '신규여신 사실상 금지. 대기업 한도거래대출 일시상환 유도. 연말초과 지급보증 신규취급 중지. 연체대출 회수' 은행권이 연중 행사 중 하나인 '연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관리작전'에 또다시 돌입하면서 기업들이 자금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각 은행들이 잇단 기업퇴출과 부도로 충당금 적립부담이 크게 늘고 있어 연말결산에 더욱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무역업계에서는 은행들이 수출환어음(D/A) 거래를 중단해 수출위축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며 정부에 특단의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자금난에 시달려 온 다른 상당수 기업들도 연말 자금확보에 더욱 애를 먹고 있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거액대출 '사절' 조흥은행의 경우 최근 100억원 이상 거액여신은 본부차원에서 사실상 통제를 하고 있다. 한 영업점 관계자는 "규정으로 명시한 것은 아니지만 거액여신을 자제하라는 지시가 내려 온 상태"라고 말했다. 또 대다수 다른 시중은행들도 거액여신 자제는 물론 대기업에 대한 한도거래 대출에 대해 연말 일시상환을 유도하고 있다. 만기가 돌아온 대출에 대해서도 내입(대출금의 일부를 갚는 것)관리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 H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점장전결 대출에 대해서도 우량기업 위주로만 운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국고채금리 연일 최저치, 회사채는 찬밥 은행권의 이 같은 보수적 여신행태로 인해 회사채 발행은 삼성등 극히 일부 대기업에서나 가능하고, 나머지 대다수 중견 대기업들은 시장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반영, 신용이 우량한 A+등급의 회사채와 BBB-등급 회사채간의 금리격차도 지난 6월말에는 1.93%에 불과했으나 불과 5개열여만에 3.48%수준까지 벌어졌다. 또 기업들의 긴급 자금수요를 나타내는 당좌대출 소진율도 지난 8~9월에는 20%대 밑으로 떨어졌으나 10월 이후 다시 20~21%선을 넘나들고 있다. 반면 BIS비율 하락염려가 전혀 없는 무위험자산인 국고채에는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수요가 폭주하면서 지난달부터 연일 최저금리 기록을 경신, 지난 6월 8%에 달했던 국고채 금리가 최근에는 6%대로 진입했다. 특히 일부은행들은 BIS비율 관리 때문에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국고채를 사들이고 있어 정작 돈이 필요한 기업들은 돈 구경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은 "금융시장 불안.콜금리 유지" 한은이 7일 열린 금통위에서 콜금리를 현 수준인 5.25%를 유지키로 한 것 역시 이 같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철환 한은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업퇴출 발표에도 불구하고 기업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전혀 가시지 않고 금융기관이 보수적 여신운용에 나서면서 중견대기업을 중심으로 자금경색 현상이 완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일부에서의 금리인하 주장과 관련, 최근 생상 및 수요 관련 지표의 증가율이 하락하면서 실물경제 활동이 전반적으로 둔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 중 최근의 소비자 물가 하락은 농축산물 가격하락, 일부 공산품의 할인판매등 일시적 요인에 주로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물가상승세가 꺾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전 총재는 "향후 물가는 경제성장세 둔화등으로 수요면에서의 상승압력은 낮아질 전망이지만 공공요금 인상, 고유가, 환율상승등 비용측면에서의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며 "적절한 대응책을 통해 물가안정기조를 유지하는데 최대한 역점을 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특히 "12월에는 연말자금 수요가 큰데다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가 확대되고 금융기관들도 BIS비율 유지부담이 가중되는 시기"라며 "거기다 예금부분보장제도, 금융소득종합과세, 2단계 외환자유화등의 내년 시행을 앞두고 금융기관간 자금이동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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