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서 우연히 만난 이헌재 前 부총리…

왠지 힘이 없어 보이는 모습… 김재록 관련 질문엔 말아껴


식당서 우연히 만난 이헌재 前 부총리… 왠지 힘이 없어 보이는 모습… 김재록 관련 질문엔 말아껴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이철균 기자 fusioncj@sed.co.kr 관련기사 • 외국계 컨설팅社 '세금 추징' 전력 • 진념 "가족에게 부끄러운 행동한적 없다" • 캠코, IMF이후 아더앤더슨에 7건 맡겨 • 외환銀·LG카드 매각 변수되나 • 현대家 수난시대? • 여야 '김재록 게이트' 거리두기 “기분 좋게 밥 잘 먹었는데 마지막에 기자 만나니 (기분) 별로네요.” 김재록 게이트가 확산되면서 연일 관련인사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이헌재 전 부총리는 지난 28일 저녁 시내 모처에서 우연히 기자와 만나자 이렇게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건의 파장을 피해 외국으로 나가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이 전 부총리는 이날 측근으로 알려진 김영재 칸서스자산운용 대표와 단 둘이 식사를 마치고 막 식당문을 나서는 중이었다. 밤 10시 반쯤 된 늦은 시간이라 이 전 부총리의 얼굴에는 약간 술기운이 있었다. 이 전 부총리를 모시는 김 대표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심지어는 식당 주인까지 나서 “옆자리에 기자가 있으니 지금 나오지 말라고 그랬는데 왜 나오셔서…”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이 전 부총리의 얼굴에도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그는 말을 아꼈고, 기자와 눈을 마주치는 것도 꺼렸다. “별고 없으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잘 지내고 있다”고도 했고 “그저 그렇지“라고도 했다. 요즘 돌아가는 낌새에 대해 몇 마디 질문을 던지자 그의 눈길은 계속 자신의 신발끈에만 가 있었다. 기자와 이 전 부총리와의 사적 인연에 대한 듣기 편한 내용으로 말을 바꾸자 “그래, 그때 그랬지” 하며 비로소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김 대표는 이 전 부총리의 팔을 끌어당겨 문 밖으로 나갔다. 김재록씨에 대한 말은 전혀 들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그 자리를 떴는데, 그날 밤 이 전 부총리의 집 앞을 지켰던 다른 언론사의 기자들은 그가 새벽까지 귀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왠지 풀이 죽어 있는 이 부총리와 측근으로 알려진 김 대표는 그날 밤 늦게까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그저 자리를 뜨기에 바빴던 김 대표는 다음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전 부총리가) 억울해하지 않았는가” 하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억울해하기는. 이 장관이 그런 거 티 내는 사람인가. 어제 자리에서는 김재록건과 관련해 별 얘기가 없었다. 서로가 뻔히 다 아는 일인데…. 김재록이 수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왜 하필 이헌재인지, 뉴스 밸류가 있기는 한가 보다.” “부총리가 김재록을 어떻게 만났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국민의 정부 초창기 구조조정할 때 김재록이 정부조직진단반장 아니었는가. 그래서 그때 CEO들은 물론이고 장ㆍ차관들도 자주 만나러 들락거렸다. 진단반장 자리를 김재록이 결정적인 발판으로 삼았을 것이다. 두 사람이 첫 대면한 것은 금감위원장실의 공식석상이었다. 이후 구조조정 아이디어를 준다며 아더앤더슨이나 맥킨지 등이 자주 왔다. 나중에는 이 인간이 어떻게 알았는지 부총리 밥 약속에 슬그머니 들어오고 그랬다. 부총리로서는 김재록이 정보를 많이 갖고 그러니까 흘러 다니는 얘기도 들을 겸 놓아두고. 이 장관이 원래 오는 사람 말리지 않고 가는 사람 놓아두는 사람 아닌가. 하지만 나중에 부총리로서 현직에 있을 때는 일절 접근 금지시켰다.” 또 “이 전 부총리가 오호수 회장에게 김재록을 소개해준 게 아닌가” 하는 물음에는 이렇게 답변했다. “천만의 말이다. 김재록이 경복고 선수들을 많이 알더라. 그런데 오 회장이 경복 아닌가. 나중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둘이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되더라. ” 입력시간 : 2006/03/2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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