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칸, KT&G M&A전략 장기전으로 수정 예상

득표차 4%P불과 아이칸 지지세력 만만찮아
단기론 인삼공사 IPO등 기존요구 강화할듯
장기론 이사수 점차 확대·공개매수 가능성도

17일 열린 KT&G 주주총회에서 칼 아이칸측 대리인들이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지지하는 투표를 하고 있다. /대전=이호재기자

워렌 지 리크텐슈타인 스틸파트너스 대표의 KT&G 사외이사 선임은 경영진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외국인 주주가 사상 처음으로 국내 대형업체의 이사회 일원으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칼 아이칸 연합세력은 단기적으로 인삼공사 기업공개(IPO) 요구 등 경영권 간섭을 더 강화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이사회 장악, 공개매수 등을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지표 거의 반반씩 갈려=이번 리크텐슈타인의 이사회 입성은 이미 예상됐던 결과다. 현 경영진조차도 KT&G와 칼 아이칸측 지지표를 각각 의결권의 40%, 35%로 전망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일반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지지표는 아이칸 측의 지지세력이 더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주당 투표권 2개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사외선임 과정에서 ▦안용찬 애경산업 대표 7,475만표 ▦김병균 대한투자증권 상임고문 3,694만표 ▦리크텐슈타인 대표 8,480만표 ▦하워드 엠로버 벡터그룹 대표 23만표 ▦스티븐 울로스키 뉴욕주 변호사 1,757만표 등을 얻었다. 즉 KT&G측 2명의 후보는 1억1,168만여표(52.1%)를, 아이칸 연합측 3명의 후보는 1억261만여표(47.9%)를 득표한 것으로 양측의 득표차는 불과 4.2%포인트에 불과하다. 아이칸 측이 우호세력을 조금만 더 확보하면 경영권을 넘보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경영권 간섭 노골화 전망=아이칸 측은 앞으로 유휴 부동산 및 비핵심 자산 매각, 인삼공사 IPO 등 기존의 요구 사항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또 아이칸측 이사는 이사회 소집을 상시 요구할 수 있고 사장 해임 건의안을 이사회 안건에 올릴 수도 있다. 물론 아이칸측 이사는 전체 이사 12명 가운데 1명에 불과해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의 비공식적인 요구와 달리 이사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경우 KT&G 측으로서는 마냥 외면할 수도 없다. 모든 의사결정 과정이 까발려진다는 것도 부담이다. 특히 KT&G가 자사주를 기업ㆍ우리은행 등에 매각, 의결권을 되살리려 할 경우 1대주주인 프랭클린뮤추얼과 연대해 법적 대응 등 모든 수단을 동원, 반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사회 장악 시도할 듯=아이칸 측은 자신들의 이사 수를 점차 확대한 뒤 경영권 장악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크텐슈타인은 그동안 기업을 사냥할 때 이사 1명을 먼저 입성시킨 뒤 이사회를 장악하는 전략을 써왔다. 지난 2001년 리크텐슈타인이 유나이티드 인더스트리얼의 이사로 선임된 뒤 결국 이사회 의장 자리까지 꿰찬 것이 단적인 예다. 특히 내년에는 곽영균 KT&G 사장과 사외이사 4명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아이칸 측의 이사 수 확대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날 리크텐슈타인 대표는 “앞으로 모든 사외이사 선임에 있어 집중투표제를 일괄 적용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 경영참여 확대 의사를 표시했다. 여차하면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확대한 뒤 임시주총을 통해 KT&G 경영권을 직접 겨냥할 수도 있다. 스틸파트너스는 지난달 27일 뉴캐슬파트너스와 함께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만들어 나스닥 기업인 폭스앤하운드레스토랑그룹의 지분 85.7%를 공개매수한 바 있다. 물론 공개매수가 쉽지 않을 경우 차익을 실현하거나 KT&G 경영진이 고배당 및 자사주 추가 소각 등의 안을 받아들이면 타협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아이칸 측은 경영권 장악을 최종 목표로 두고 상황에 따라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략 변화를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크텐슈타인은 美2세대 기업사냥꾼 선두주자

KT&G 사외이사로 들어온 워렌 지 리크텐슈타인은 올해 41살로 미국 '2세대 기업사냥꾼'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그가 주도하는 헤지펀드인 스틸파트너스는 미국 뉴욕에 본사가 있고 자산은 총 17억달러 규모다. 지난 2002년 스틸파트너스 재팬 스트레티지펀드라는 자회사를 설립, 총자산의 60% 이상을 일본에 투자하고 있다. M&A 대상 기업들이 배당금을 올릴 때까지 공격적으로 지분을 늘리거나 공개매수 선언을 한 뒤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실현해 수익률을 높여왔다. 최근에는 일본의 유시로화학과 소토를 공격, 일본 정부가 적대적 M&A 방어를 위해 회사법을 개정하는 데 일조했다. 현재 첨단군사장비 제조업체인 유나이티드 인더스트리얼의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기업 안젤리카에 대해서도 공격을 진행 중이다. 칼 아이칸과는 지난 1월 KT&G 공격을 위해 손을 잡았다. 와튼스쿨 경영학석사(MBA) 출신이며 아이칸과 마찬가지로 유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이달 말 KT&G 이사회가 열릴 경우 한국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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