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8ㆍ15경축사에서 제안한 '통일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론화 과정에서 국민의 부담이 수반되는 통일세 도입 여부를 놓고 치열한 찬반논란이 예상된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간 격돌의 장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일세에 대해서는 그동안 성격에서부터 도입시기ㆍ규모 등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들 사이에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남북 간 긴장상태 장기화, 점차 퇴색해가는 국민들의 통일염원,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국가 재정상황 등으로 통일세 도입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최대 5조달러로 추정되는 통일비용 확보를 위해 통일세와 같은 목적세를 신설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가운데 통일세에 대해 북한 측이 크게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기점으로 통일세에 대한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조세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통일에 대비해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이 먼 꿈이 아니라 언제든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미래이기 때문에 향후 통일비용이 통일의 걸림돌이 되는 일이 없도록 실질적인 대비책을 준비하자는 게 이 대통령의 구상인 셈이다.
실제 세계 3대 경제대국이던 옛 서독은 통일 후 1년에 800억~900억유로에 달하는 비용을 쏟아 부어 15년 동안 무려 1조2,500억유로가 옛 동독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사회보장 등 관련비용까지 포함하면 통일비용은 거의 2조달러(2,360조원)에 달하며, 특히 해마다 옛 동독에 대한 지원규모가 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통일이 이뤄지면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데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통일이라는 게 언제 갑자기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국민이 십시일반으로 미리 준비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북한의 소득수준을 한국의 80%로 끌어올리기 위해 향후 30년간 통일비용이 최소 2조달러에서 최대 5조달러가량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는 우리 국민이 1인당 4만~10만달러의 통일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 내부에서는 천문학적인 현재 통일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방안으로 ▦별도의 신탁기금 조성 ▦예비비 확충 ▦통일세 신설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장기 재원마련을 위해 통일세와 같은 목적세를 신설하는 방안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현재 특정 상황을 가정한 것은 아니며 당장 세금을 걷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통일세 신설과 관련해 실질적 업무를 담당해야 할 기획재정부도 "아직 통일세 도입이 논의되거나 조사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그동안 통일비용 마련에 손을 놓고 있던 정부가 통일세 논의를 제안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남북관계 대립기에 통일세를 언급한 것은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 의지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어"국민들의 조세 부담률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통일세라는 새로운 목적세가 신설된다면 국민들의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는 만큼 국민 의견수렴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