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주요 전자업체들이 타이완(臺灣)에 반도체와 평판디스플레이 등의 아웃소싱을 확대하면서 이들 제품의 첨단기술이 타이완으로 급속히 이전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타이완에 256메가D램과 제3세대 액정표시장치(LCD)의 일관공정기술 등 우리나라 기업들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중인 첨단 노하우를 대거 제공하고 있어 국내업체들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이에따라 생산기반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타이완의 전자업체들이 그동안 부족했던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세계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무역협회 도쿄지사 보고에 따르면 일본은 그동안 용도폐기된 기술 외에는 타이완 업체들에게 넘겨주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타이완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첨단기술을 대거 이전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일본과 타이완의 첨단산업분야 협력이 한국산업을 고립화시키려는 의도를 다분히 깔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D램과 LCD 등에서 거세게 뒤를 좇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따돌리기 위해 첨단기술력에 타이완의 가격경쟁력을 결합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쓰비시의 경우 타이완 협력업체인 파워칩세미컨덕터에 D램 생산량의 40%를 대행생산토록 최근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기술지원을 해주고 있다. 도시바도 타이완 윈본드에 D램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하청으로 주고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 후지쓰는 타이완의 TSMC를 생산기지화시킨다는 전략 아래 0.25미크론급 고급기술을 내주었다.
LCD 분야도 마찬가지다. 미쓰비시와 도시바, 마쓰시타 등 일본의 LCD제조업체들은 최근 앞다퉈 타이완으로 달려가 현지업체들과 아웃소싱 계약을 맺었다. 세계 최대의 LCD메이커인 샤프도 협력파트너를 타이완에서 물색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LCD분야의 이같은 일본-타이완간의 제휴로 인해 앞으로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타이완업체들의 영향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협회는 미국 디스플레이리서치사의 자료를 인용해 타이완의 평판디스플레이 부문 세계시장 점유율이 올해 2%에서 내년에는 11%로 크게 확대되는 반면 일본업체들의 점유율은 73%에서 63%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타이페이무역관의 보고에 따르면 타이완업체들은 일본의 경기침체 장기화를 이용해 일본의 첨단제품 생산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타이페이무역관은 일본의 모업체가 15인치 LCD공장을 정상가격의 30%에 팔겠다며 타이완업체들과 접촉중이며 반도체 설비매각을 위한 일본-타이완간 협상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한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