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산업을 살리자] 외제의존 그만... 자체개발 서둘러야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타업종에 비해 호경기를 타고있는 편이다. 국내경기회복과 더불어 수요가 늘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일부품목의 경우 품귀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세계수요량의 많은 부분을 공급하던 대만이 지진의 여파로 생산차질을 빚어 수급불균형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그러나 업계전문가가 보는 전자부품산업에 대한 평가는 냉소적인 부분이 많다. 가장 많이 나오는 지적은 원천기술개발능력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동통신, MP3, 디지털TV 등 세계적으로 전자제품의 생산능력은 뛰어나지만 외양만 그럴뿐 핵심부품은 여전히 외국에서 들여와 조립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제품을 많이 만들어 팔면 팔수록 외국의 핵심칩 제조업체에 돈을 더 지불해야 한다. 품질이나 기술문제와는 별개로 제기되는 가격문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 제품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대만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는 K사 관계자는 그 이유로 『대만제품이 품질과 가격경쟁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업체들은 이미 외국에서 개발된 부품을 모델로 해서 제품을 만드는 시스템에 길들여져 있다. 안간힘을 써서 개발에 성공한다 해도 이미 그 부품을 판매해 투자비를 챙긴 외국업체가 덤핑판매에 들어가면 살아남기조차 어려운 지경에 빠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데 최근들어 보급이 늘어나고 있는 MP3플레이어의 경우 제품생산능력은 국내업체가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지만 실제로 제품구성에 사용되는 핵심부품들은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겉모습만 그럴듯한 국내 벤처기업 기술력의 한계를 절실하게 보여준다. 소위 벤처기업이라며 잘나가는 업체의 기술도 자세히 살펴보면 이미 외국에서 생산된 핵심부품을 이용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국내에서 예외적으로 핵심전자부품 개발을 추진해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또다른 업체의 대표는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면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며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과 기술·인력이 필요한데 국내업계 현실상 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 중견부품업체 경영자의 생각은 어떨까. 『최근 새로운 개념의 제품개발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연구원들이 갑자기 독립하겠다면서 떠났습니다. 최근 정부의 지원방향이 벤처기업쪽으로 집중되면서 중견규모의 업체들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아예 벤처기업을 새로 차리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H사의 한 간부는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신제품 개발이 무산된데 대해 허탈해하면서도 연구원들의 이탈을 어느정도 이해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러나 그는 전자부품산업이 소규모 벤처기업중심으로 재편되는것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전자부문은 타제품에 비해 제품사이클이 빨라 오랜기간 축적된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벤처기업들은 대부분 특정품목에만 매달려 장기적인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GE나 모토로라, 필립스, 로옴, 교세라 등 세계적인 기업들도 기본부품생산부터 출발했습니다. 이를 발판삼아 지금은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핵심부품을 주도적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부품산업을 중소기업이나 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 현실도 문제입니다』 최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육성책에 대해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자금이나 기술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차원의 품질평가기구마련에 대해 업계관계자는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이 관청이나 행정기관에 대한 출입자체를 되도록이면 줄이려고 하는것은 이들이 서비스기관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민간차원의 복수지원기관 설립을 유도해 경쟁을 시키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생산부품에 대해 승인하나 받으려면 몇번씩 관청을 들락거린 유쾌하지 못한 기억이 아직가지 중소업체 경영자에게 남아있다. 이러한 시각은 기술정보 공유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전자부품산업의 특성상 단기간에 첨단기술을 개발하기가 어려운만큼 특정품목에 대해 집중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기업·정부·학계가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일처리를 해나가야지 지휘를 받는식으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기업이 마음놓고 기술개발이나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환경조성을 해주는 것으로 역할을 끝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맹호기자MHJEONG@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