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전에도 경쟁체제 확립/국제·시외전화 요금인하,114 유료화/고임금선도 대기업에 인상자제 유도/중소기업간 경쟁품목 점진적 확대도정부는 9일 지난달 발표한 「9·3대책」의 후속조치로 「경쟁력 10% 이상 높이기」 추진방안을 내놓았다. 이번 대책에는 공단용지가를 25% 인하하고 대기업에 국산자본재구입용 상업차관을 허용하는 등 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가시적인 조치들이 눈에 띈다. 그러나 「마른 수건을 다시 짰다」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고심해 마련한 이번 대책에서 정부와 정부투자기관 등 공공부문의 인력 및 경비절감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각 분야별 추진 내용을 문답으로 살펴본다.
▷공공부문◁
각종 건설공사의 입찰방식이 바뀐다는데.
▲정부발주 건설공사에 대해 설계단계부터 민간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턴키(TurnKey:설계에서 시공까지 일괄 수주) 발주방식이 확대 적용된다. 현재 중앙건설심의위원회 심의대상 공사중 10%만 턴키공사로 분류되고 있으나 앞으로 이를 점진적으로 늘려갈 방침이다. 민자유치대상사업은 원칙적으로 턴키 입찰방식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턴키대상 대형공사의 경우 계속비제도를 적용해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지원한다.
정부의 인력과 조직 감축은 어떻게 하나.
▲전산화·자동화를 통해 향후 4년간 사무보조원 등 단순 기능인력과 철도·체신 등 현업기관 인력 1만여명을 절감할 방침이다. 지자체와의 합리적인 업무분담 체계를 구축해 파출소 1백여개를 통폐합하는 등 중앙 감독기관을 광영화하고 일선기관을 합리적으로 정리한다. 병원, 항만시설운영 등 민영화가 가능한 분야는 최대한 민간에 이양한다.
공공부문이 추진할 생산성 10% 향상운동의 구체적인 내용은.
▲정부투자기관의 내년도 인건비와 경상경비를 합친 총액은 원칙적으로 동결한다. 포철의 핫코일 내수판매가격을 10월말부터 8% 내리고 한국통신의 국제·시외전화 요금을 인하하는 한편 114는 유료화하는 등 요금체계를 재조정한다. 인력감축에 따른 인건비 절약분은 해당기관의 인센티브로 부여하는 등 투자기관 상여금 산정시 기관별 생산성 향상 결과를 반영한다.
5개 권역별(한국수출, 서부, 중부, 동남, 남부)로 나누어져 있는 국가산업단지 관리공단을 단일조직으로 개편해 인원을 대폭 축소하고 열병합발전소 등 공단보유 자산을 매각해 임대공단 및 아파트형공장을 건설한다.
공공기관의 각종 사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데.
▲공기업은 민영화 이전이라도 경쟁체제를 강화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현재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신규발전소 건설공사의 경우 원자력발전소를 제외하고는 한전과 민간기업이 같은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민간기업은 발전소를 건설하고 소유·운영하되 생산전력은 한전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공단개발시에도 지금까지 한국토지공사가 이를 독점 공급해 왔으나 한국수자원공사, 민간이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는 경쟁체제를 도입,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업자에게 개발권을 부여키로 했다.
정부투자기관의 경영 자율화 확대 방안의 내용은.
▲우선 이사회제도를 개편해 주무부처 공무원과 연구기관 등으로 제한돼 있던 이사자격을 고객 금융기관 업계 학계 등으로 확대하고 정부투자기관에 대한 행정기관의 감사를 대폭 축소하는 대신 민간기업과 같이 외부회계감사제도를 도입한다.
임금안정대책에는 어떤 것이 있나.
▲고임금을 선도하는 주요 대기업에 대해 임금인상 자제를 유도하는 한편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고 성과급·능력급 임금제도로 전환하는 임금체계개선방안을 금년말까지 마련한다. 노동관계법은 노동시장 유연성면에서 경쟁국 수준을 감안해 개선한다.
산업인력의 수급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우선 여성인력의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10월부터 직장보육시설 설치비를 고용보험기금에서 연 3∼3.5%에 5년 상환조건으로 3억원 이내에서 융자하는 제도를 신설한다. 또 명예퇴직하는 고급 중견인력의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 7월 경총에 설치한 고급인력 정보센터를 단계적으로 확충한다.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에 대해서는 고용조정지원금(전직훈련지원금·인력재배치지원금·휴업수당지원금·지역고용촉진지원금)의 지급요건을 완화하고 지원금도 인상한다.
금융기관의 생산성 10% 증대운동이 가능한가.
▲금융감독기관, 국책은행, 정부출연 및 출자기관의 인건비 및 경상경비 총액을 원칙적으로 동결한다. 또 경영혁신 정도에 따라 해외차입규모를 차등 허용한다.
보험사의 자금대출 대상을 보험에 가입한 개인 및 기업에서 모든 개인 및 기업으로 확대하는 등 금융부문별 칸막이식 규제를 완화한다.
리스 카드 할부금융회사 등 여신전문 금융기관의 업무 영역을 통합하고 회생가능성이 없는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퇴출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산업개편 및 구조개선 작업을 추진한다.
금리 하향안정화를 위한 대책이 불투명한데.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에 나올 예정이다. 우선 적정 유동성을 공급하고 통화운영방식을 간접관리방식으로 전환한다. 연·기금 등 공공자금의 금리입찰을 금지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공공자금 관리기금으로 흡수토록 한다. 10월말 한국자금중개 주식회사가 영업을 개시하면 콜시장의 통합을 추진한다.
기업에 대한 해외자금 공급확대 방안은.
▲수출선수금 영수한도를 수출실적의 15%에서 20%로 확대하고 수출용 원자재 연지급수입기간(중소기업 90∼1백80일 대기업 60∼1백80일)도 각각 30일씩 확대한다. 이로 인한 지원효과는 20억∼3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대기업에도 상업차관을 허용한다는데 대상은.
▲국산자본재를 일정비율 이상 구매하는 경우 대기업에도 상업차관을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 대기업은 국내중소기업이 생산한 시설재를 구입할 경우 70%의 외화대출을 허용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대기업이 생산한 자본재를 구입하는 경우에도 일정비율(미정)의 상업차관을 허용한다.
기업의 공장용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대책은.
▲공단용지 가격을 평균 25% 인하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수도권지역을 제외한 지역의 공단개발시 농지전용부담금, 산지전용부담금, 개발부담금, 공유수면개발부담금, 대체농지조성비, 대체조림비, 대체초지비, 공유수면점용료 등 8종의 부담금을 면제한다.
또 현재 분양가의 2%를 부과하고 있는 공단관리비의 징수를 폐지하고 공단개발자가 부담하는 종합토지세 감면대상을 확대한다.
한전이 50%를 부담하는 전기공급시설 설치비는 앞으로 전액 한전이 부담토록 하고 공단의 폐수처리장 건설비도 지자체의 하수처리장 건설에 대한 국고지원기준(국고보조 70%(시군) 연리 5% 5년거치 10년 상환)에 준해 지원한다.
공단내에 조성되는 도로, 녹지, 공원, 주차장, 운동장, 상·하수도, 유원지 등 공공시설확보율을 하향 조정해 공장용지면적을 확대한다.
장기미분양 공장용지는 어떻게 처리하나.
▲대불(1백22만평), 북평(32만평) 등 국가산업단지의 미분양용지에 대해서는 5년 무이자 할부판매를 실시하고 기분양된 용지에 대해서도 미납분에 대한 이자를 면제해 준다. 92년 5월이후 분양실적이 없는 김천 구성지방산업단지(16만평)에 대해서는 향후 1년간 분양가를 30% 인하한다.
공장입지에 대한 규제도 대폭 완화한다는데.
▲수도권 성장관리권역내 반도체, 컴퓨터 등 첨단업종에 대해서는 공장증설범위를 기존 공장면적의 25% 이내에서 50% 이내로 확대하고 대기업이 기존 공장부지내에서 첨단업종으로 전환할 경우 신축·개축·증축이 모두 허용된다.
공해발생정도가 낮은 업종 등 도시형 업종에 대해서는 도시지역의 입지규제를 완화하고 현행 건축면적 2백㎡로 제한돼 있는 근린생활시설내에 공장입주 허용규모도 상향조정한다.
공장건축면적 5백㎡ 미만의 소규모 공장에 대해 공업배치법상 공장등록제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공장지역내에서는 공장설립승인을 받으면 건축허가까지 받은 것으로 의제처리한다.
기업의 경쟁촉진과 부담완화를 위한 대책은.
▲중소기업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단체수의계약품목(2백89개)을 내년에는 10% 줄이는 등 중소기업간 경쟁품목으로 점진 전환해 나간다. 단체수의계약이란 정부 등 공공기관이 물품을 구매할 때 중소기업협동조합과 수의계약을 체결해 중소기업제품을 구매토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분야를 선정해 진입장벽을 제거하고 배타적 유통관행이 개선되도록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구조개선에 필요한 의견을 관계행정기관에 제시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한다.<이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