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금융불안으로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외환시장 불안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달러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인데 외국인 투자마저 줄고 있어 투자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경제 침체 가시화로 외국인의 직접투자도 감소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차관은 “금융 부문의 투자가 줄면서 3ㆍ4분기부터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면서 “투자를 늘리기 위한 입지여건, 생활환경 개선 등의 노력은 물론 일본ㆍ중동 등에서 로드쇼를 열어 투자유치를 늘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신문은 외국인 투자유치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국 기업의 날’을 맞아 은탑산업훈장과 산업포장을 수상한 ING생명ㆍ노키아 대표와 함께 외국인 투자유치를 늘리기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외국인 투자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가 갖는 의미는. ▦이재훈 지경부 차관=최근 한국의 금융위기 원인 중 하나가 외환시장 불안이다. 수출증가에도 불구하고 국제원자재가 상승의 영향으로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이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경제 전반에 불안심리가 고조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는 달러 확보로 이어진다. 외환시장도 안정되고 잠재돼 있는 불안심리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기의 와중에 외국 보험사가 산업훈장을 받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론 반 오이엔 ING생명 회장=한국ING생명은 지난 1989년 설립됐다. 외국 보험사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전체적으로도 시장 점유율이 4위다. 한국은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ING그룹에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장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11월 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ING그룹과 국민은행으로 유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인재양성 차원에서 해외 파견근무를 지원해 현재까지 약 3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를 했거나 계획 중인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산업포장을 수상한 노키아는 생산된 휴대폰을 수출하는지. ▦김기순 노키아티엠씨 사장=생산제품 전량을 수출한다. 올해부터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중국 공장의 물량 감소분을 지원하면서 4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예상한다. 이는 법인 설립 이래 가장 높은 매출액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및 소비위축 등 어려움 속에서도 올해 5월 150억원(1,500만달러)의 추가 증자를 단행해 현재 자본금이 430억원(4,050만달러)으로 늘었다. 참고로 노키아 한국생산법인은 1984년 마산자유무역지역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진출했다. -국제금융위기로 전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데 우리 외국인 투자유치 여건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이 차관=올 상반기까지의 투자 신고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었다. 그러나 3ㆍ4분기부터 둔화되고 있는데 이는 국제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보인다. 제조업의 경우 8.9%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그간 외국인 투자를 견인했던 금융ㆍ보험업 등의 투자는 급감했다. -앞으로도 투자여건이 더 나빠진다는 말인지. ▦이 차관=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속도, 선진국의 경기에 달렸다고 본다. 외국인 직접투자 여건이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 전세계의 직접투자도 지난해 1조8,000억달러에서 10% 줄어든 1조6,000억달러로 예측된다. ▦조환익 KOTRA 사장=금융위기가 확산돼 전세계적으로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솔직히 투자가들이 계획대로 투자할지도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해외 투자가의 반응을 조사했더니 제조업 분야에서는 자금조달 문제로 한국 투자를 보류하겠다는 반응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론 외국 투자가들은 한국이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확산되기 시작하면 제조업 투자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국제금융위기로 해외 투자유치 활동이 쉽지 않은 것 같은데 복안은 있나. ▦조 사장=일단 단기적인 대응이 매우 중요한데 국가적으로 외환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최대한의 투자가 들어오도록 해야 할 상황이다. KOTRA는 올해 안에 투자 가능성이 높은 50개 프로젝트를 선별했다. 매주 대책회의를 열어 건별로 문제점이 뭔지, 뭘 지원해야 하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특히 이미 투자신고를 했지만 자금이 도착하지 않은 16억달러 역시 조기에 투자되도록 독려하고 있다. -주요 타깃 지역을 설정해 접근하는 것도 중요할 텐데. ▦조 사장=그렇다. 중요 프로젝트 지역은 특별 관리하고 있다. 일본ㆍ북미 지역 등은 남은 2개월 동안 공격적으로 접근할 예정이다. 178개 외국인 투자가를 서울로 초청해 투자가별 밀착지원도 한다. 또 산업은행ㆍ금융위원회와 함께 중동지역에서 공동 투자유치 활동도 벌였고 오는 11월에는 러시아를 방문해 한국 직접투자를 권유할 예정이다. -투자과정에서 규제ㆍ노사문제ㆍ반외자정서 등에 따른 걸림돌도 있었을 듯한데. ▦김 사장=결론부터 말하면 노키아티엠씨의 경우 투자 걸림돌이 없었다. 마산자유무역지역에 있기 때문일 텐데, 마산자유무역지역은 1970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외국인전용공단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투자환경은 좋다. 때문인지 외국인 투자기업이 가장 많다. 노키아는 특히 1984년 설립 이후 노동조합 없이 노사협의회만으로 원만한 노사관계를 형성해왔다. 한번도 노사갈등이 없었다. ▦조 사장=최근 들어서는 외국 투자가의 고충접수가 감소하고 있다. 제도개선이나 행정처리가 그만큼 개선된 데 따른 것인데, 노사분규의 경우도 발생건수가 줄고 있다. 물론 아직도 경쟁국에 비해 쟁의행위에 따른 근로손실 일수가 많은 편이지만 과거만큼 문제가 크지는 않다. 일부에서 반(反)외자정서가 심각하다고 지적하는데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국제적인 언론보도가 이를 부추긴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가 기업친화적 정책을 강조해왔는데. 현장에서는 변화를 체감할 수 있나. ▦오이엔 회장=IT기반과 고급 인력을 바탕으로 한국은 사업을 운영하기에 좋은 환경을 가졌다. 한국 정부가 규제완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무척 긍정적인 신호다. 규제완화는 금융 부문에 있어서는 전세계적인 추세인데 이런 움직임이 산업 부문 간의 바람직한 경쟁과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이 아시아에서 금융 허브가 되는 데 큰 기여를 하지 않겠나. ▦김 사장=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펼쳐 기업환경은 더욱 좋아지고 있다. 경남도지사가 직접 회사를 방문해 애로사항을 듣는 것 등은 아주 좋은 사례라고 본다. 노키아 역시 증자추진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투자환경만을 놓고 볼 때 경쟁국과 비교하면 어떤가. ▦이 차관=투자유치면에서 우리의 주요 경쟁국은 싱가포르 등이다. 투자유치 경쟁력을 이들 국가와 비교할 때 산업기반 등에서는 우리가 유리한 반면 입지 및 생활여건 등에서는 불리한 측면이 있다. 예컨대 자동차ㆍ조선ㆍ철강 등 주력산업은 물론 반도체ㆍLCD 등 첨단기술 분야 또한 세계적 경쟁력 보유, 중국 시장 접근성 등에서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나 영어 공용화 등 외국인이 선호하는 생활환경, 사회 시스템의 효율성, 안정적 노사관계 등은 싱가포르가 우수하다. -입지나 생활여건 등 투자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이야긴데. ▦이 차관=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 5월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 3개년 계획을 수립해 62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외투지역 지정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5개를 추가로 지정했다. 또 고용효과가 큰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현금지원 근거도 마련, 10월 말에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외국인 투자가의 생활 편의성을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한데 외국인학교 설립을 확대해 2010년까지 7개 학교를 신설하거나 증설할 예정이다. 또 외국인 전담진료센터 확대, 영어전용 FM방송 서비스 등도 추진하고 있다. 해외 모(母)기업 임원 등의 전용 출입국카드제를 도입한다거나 외국 투자가가 가사보조인을 동반해 입국하는 것을 넓히는 등 출입국제도도 지속적으로 바꿔나갈 예정이다. 외국인 기업 "일자리 창출 우리가 앞장" 31일까지 코엑스서 채용박람회 개최 1,000여명 고용계획 신규 일자리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기업이 예년보다 훨씬 많은 인력을 채용하면서 단비가 되고 있다. 외투기업들은 모두 70만명을 고용한 상태다. 지식경제부는 31일까지 서울 삼성동 COEX에서 '2008 서울 외국인 투자기업 채용박람회'를 개최한다. 3회째를 맞은 이번 박람회에는 서울과 부산에서 우수 외투기업 180개사가 참가해 모두 1,000여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96개사, 300여명을 채용했던 것에 비해 신규채용이 큰 폭으로 늘었다. 주요 참여기업은 ING와 GEㆍAXAㆍBATㆍ지멘스 등 모기업이 전세계 매출액 500대 기업 안에 드는 대형 외투기업 22개사다. 또 각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구글ㆍ보쉬ㆍ스트라이커ㆍ자트코ㆍ블리자드ㆍ머스크ㆍDHLㆍ오티스엘리베이터 등도 채용박람회를 통해 인력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번에 참여하는 180개사의 지역별 분포는 유럽연합(EU) 지역 기업들이 57개사로 가장 많고 ▦북미 기업 32개사 ▦아시아ㆍ대양주 기업 21개사 등이다. 인력채용은 외투기업 인사담당자들과의 현장면접을 통해 진행된다. 이외에 모의면접, 이력서 컨설팅, 기업채용설명회, 취업 세미나, 직업심리검사 등의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 문승욱 투자정책과장은 "글로벌 경제위기 확산으로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고용침체가 예상되는 와중에 외투기업들이 고용확대를 위해 대규모 채용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순 노키아티엠씨 사장은 "외투기업 고용은 고용난을 해결하는 것 이외에 우수 인력들이 해외에 파견돼 많은 경험을 쌓고 한국을 알리는 효과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방 거주 구직자의 취업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2008 부산 외국인투자기업 채용박람회'를 오는 11월28일부터 29일까지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