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창조금융의 꽃, ETN


상장지수펀드(ETF)는 국내 투자자들이 접한 지 10여년 만에 자산규모 18조원을 능가하는 대형 투자시장으로 성장했다. 주가연계증권(ELS)은 매년 수십조원 규모로 발행되면서 대표적인 금융투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ELS와 ETF의 장점을 종합한 상장지수증권(ETN)이 17일 투자자들에게 첫선을 보인다.

ETN은 중위험·중수익 상품 다양화를 위해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가 힘을 합쳐 탄생시킨 독창적인 상품이다.

손익 산출 가능한 자산 모두 취급

ETN은 거래 가능하고 경제적 손익이 산출되는 자산을 모두 취급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주식이나 채권은 물론 외환과 원자재, 심지어 헤지펀드의 수익률과 주식시장 변동성까지도 ETN 대상 품목으로 다뤄지고 있다.

국내의 ETF와 ELS가 대부분 잘 알려진 주가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채택하지만 ETN은 보다 광범위한 자산군을 포섭할 수 있다. 더구나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이 평소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자산도 ETN을 통해 손쉽게 매매할 수 있다.

변동성 관련 상품의 경우 ETN과 같은 날 변동성지수선물이 상장되지만 일반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변동성지수선물을 지수화해 이를 ETN 상품으로 리패키징할 경우 변동성지수선물을 직접 매매할 때보다 훨씬 쉽고 다양한 전략을 상품화할 수 있어 창조금융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이처럼 ETN은 다양한 장점을 가졌지만 경제적 실익이 ETF와 동일한데다 후발주자라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ETF시장이 선점한 기초지수와 투자전략에서 벗어나 독창적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아울러 투자자에게는 수익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상품으로 개발돼야 한다. 롱쇼트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추적하거나 국내외 고배당지수 또는 ELS지수 등 ETN만의 차별화된 기초지수를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올해 첫선을 보이는 ETN 상품들은 투자성과와 환금성 측면에서 부족함이 없다고 평가된다.

저금리와 주식시장 정체로 투자자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제한된 상황에서 최근 시중자금의 ELS 쏠림은 다소 우려되는 현상이다.

ELS 대체상품으로 자금 쏠림 완화

한정된 기초자산에 유사한 상품들이 집중되면 투자자의 선택폭은 좁아지고 손실위험이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폭넓은 자산을 다룰 수 있는 ETN 출시는 ELS 대체상품으로 이 같은 자금 쏠림을 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경쟁심화로 수익성이 크게 낮아진 ELS와 달리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ETN 개발은 증권사 입장에서도 수익성과 운용 경험에 유리하다.

ETN이 투자자들에게 인정받는다면 내년에 자산규모 1조원, 상장종목 30개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하고 오는 2016년에는 자산규모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혁신적으로 다양한 투자 대상을 발굴해 투자자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ETN은 창조금융의 첨단으로 성장할 것이다. 증권업계 내부에서도 금융투자상품 선진화와 고도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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