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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되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거든 나의 사랑에 부족함이 없는가를 살펴라. 사람을 다스리되 그가 다스림을 받지 않거든 나의 지도에 잘못이 없는가를 살펴보라. 행하여 얻음이 없으면 모든 것에 나 자신을 반성하라. 내가 올바를진대 천하는 모두 나에게 돌아온다."
정쟁과 혼란으로 얼룩졌던 중국 전국(戰國)시대를 살았던 맹자의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성현(聖賢) 맹자의 가르침에서 빠뜨리지 말고 새겨들어야 하는 것은 '(상대방이) 다스림을 받지 않거든 나의 지도에 잘못이 없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죽비 같은 일침(一鍼)이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박근혜 정부의 짙은 화장이 지워지면서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부처 장관들의 안일한 대처와 무능력, 부적절한 언행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참모진도 책임회피성 발언을 하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19일 눈물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사과했고 22일에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측근 중의 측근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을 경질했다.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눈물에 진정성과 진솔함이 녹아 있는 것을 확인했고 인적쇄신에 대한 강한 의지도 읽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살짝 반등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박 대통령이 차기 내각의 진용을 어떻게 꾸리고 신임 총리와 장관들에게 얼마만큼 권한을 위임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국정의 세세한 부분까지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지시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 리더십은 세월호 사태로 실패한 것으로 판명났다. 안대희 총리 내정자가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면 6·4지방선거 이후에 제2의 내각이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바란다. 특정 지역이나 직업에 치우치지 않고 야당까지 끌어안는 탕평인사를 펴고 총리와 장관에게 권한과 책임을 넘겨줄 것을 엄명(嚴命)한다.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도 '정상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먼저 겸허하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입법ㆍ사법ㆍ행정부의 수장이 모두 부산ㆍ경남(PK) 출신이고 김기춘 비서실장과 핵심 사정기관인 감사원장과 검찰총장도 PK다. 청와대 민정라인은 법조계 출신 일색이다. '법피아 공화국'이라는 냉소도 쏟아진다. 비정상이다. 중량감 있는 야권 인물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내 편만 있고 네 편은 없고, 편중은 있고 탕평은 없다.
박 대통령의 2기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은 달라져야 한다. '대통령 수첩' 밖에서도 능력 있는 인물을 발탁해야 하고 그들에게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국민들의 악평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직언(直言)할 수 있는 강단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국민들은 받아쓰기에 열중하는 장관과 참모보다는 대통령과 열띤 논쟁을 하고 대통령의 실정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꼬집는 인물을 원한다.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앞두고 박 대통령은 '내가 올바르면 천하는 모두 나에게 돌아오는 법'이라는 맹자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곱씹어봐야 한다. 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