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칩과 호환성없어 업그레이드 불가능/업체, 울며겨자먹기로 고가칩 구입해야 할판 경쟁사 “독점야욕” 비난인텔사의 주도로 형성돼 있는 세계 컴퓨터산업계가 대분열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회사가 만든 칩을 쓰더라도 인텔칩과 호환이 가능해 신제품이 발표될 때마다 부품만을 교체해 성능을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었지만 인텔사가 최근 칩 설계방식을 완전히 바꿔 버려 앞으론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업계표준이나 다름없던 인텔이 스스로 표준을 파기한 것이다. 저렴한 칩을 사용해 온 군소 컴퓨터 업체로선 이제 값이 비싼 인텔의 칩을 무조건 구입하든지 인기없는 다른회사 칩을 계속 장착하든지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인텔이 선보인 칩들은 설계방식이 달라 기존의 주기판을 사용할 수 없어 이에 맞는 주기판을 새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부품교체만으로 부분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며 MMX칩등 신형칩을 장착하려면 새로 컴퓨터를 구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신형칩에 맞는 주변기기와 소프트웨어를 갖추지 않으면 칩만 구입해도 소용이 없다.
인텔측은 중앙처리장치(CPU)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칩 설계방식을 변경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컴퓨터 업계에선 AMD,사이릭스, IDT등 경쟁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해 인텔이 칩 설계방식을 바꾸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인텔로선 경쟁업체들이 호환이 가능한 칩을 대량으로 쏟아 내 놓으면서 칩의 가격이 계속 하는 바람에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 설계방식을 근본적으로 변경하는 단안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신형 칩의 사용을 확산시키기 위해 인텔은 1억달러를 들여 대대적인 광고공세를 편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AMD의 제리 샌더스 전무는 『인텔사는 업계 표준을 없애 버리고 독점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텔은 멀티미디어 성능향상에 중점을 둔 MMX칩을 출시할 당시엔 음성, 영상등 멀티미디어 관련 데이타를 처리하는 기술을 공개했었으나 앞으로 출시할 MMX2의 경우 기술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특히 인텔은 휴렛 패커드사와 공동으로 컴퓨터가 한번에 여러가지 명령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머시드」라는 명칭의 신형 칩을 개발, 오는 99년부터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장착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경쟁업체와의 한판승부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칩은 매우 복잡하게 설계돼 호환제품을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경쟁사들도 기가 죽지 않는 모습이다. 우선 인텔의 제품들은 값이 너무 비싸 저가 컴퓨터의 출현을 눈앞에 두고 있는 현재의 시장여건과 어울리지 않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다. AMD나 사이릭스등 경쟁업체들은 고가품시장을 집중공략하고 있는 인텔과는 달리 중저가시장을 장악한다는 전략이다.<최성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