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계 금융기관과 언론들이 경제회복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한국경제가 경기과열과 개혁의지의 퇴색 등으로 제2금융위기와 같은 뜻하지 않은 난관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들은 지속적이고 강도높은 구조조정은 물론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적절한 통화정책 실시를 주문했다.3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계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는 ‘한국경제의 연착륙’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경제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0.7%에 달함으로써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3년동안 고정투자가 연평균 1% 증가에 그친데다 철강·전자부문 등 대부분의 제조업은 이미 완전 가동 수준에 달하고 있어 현재 성장추세가 지속될 경우 생산설비 부족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우리나라가 외국인투자자금 유입 증가 등에 힘입어 단기간 내 외환위기를 극복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과잉유동성으로 인플레이션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살로먼스미스바니도 국제유가와 서비스부문의 물가상승 등으로 소비자물가가 6~7월이면 이미 연간 목표치인 3%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이들 금융기관은 경제의 연착륙을 위해 통화당국이 가능한 조기에 강한 긴축정책을 실시, 인플레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사설을 통해 소득격차 확대와 개혁프로그램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유권자들의 태도가 총선 결과에 반영될 경우 정부의 경제개혁 추진이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도 “한국은 빠른 경제회복에 따른 위기의식의 희석으로 금융개혁 의지가 약해지고 있다”며 “이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취약성을 지속시키고 나아가 제2 금융위기를 불러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의 수위를 높였다.
김병주기자BJKIM@HK.CO.KR
입력시간 2000/03/31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