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만 요트 경기장에 잔잔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태평양 횡단에 나선 전 법주사 주지 지명(之鳴) 스님의 입항이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 고행을 통한 해탈과 국운융창의 발원에서 무려 3,200㎞나 되는 바닷길을 목숨 걸고 헤쳐온 스님을 환영하는 기념 입항식이 오는 8일 오전11시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명 스님은 지난 1월10일 불자 4명, 그리고 세인(世人) 스님과 함께 길이 14.6㎙짜리 15톤급 무동력 중고 요트를 타고 미국 샌디에이고항을 출발했다. 스님의 요트는 거센 풍랑을 헤쳐 2월2일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닿았고 3월9일 다시 출발, 태평양을 가로질러 지난달 25일 일본 오이타에 안착했다. ‘피안에 이른다’는 뜻의 ‘바라밀다’호는 지난 3일 쓰시마섬 히타가쓰항을 경유한 뒤 이제 최종 목적지 부산까지의 항해만 남겨뒀다.
“타성에 젖은 수행에 대한 자기반성에서 시작했다”는 스님의 요트 횡단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성난 파도에 태양열판이 망가지기도 했고, 무풍지대에선 꼼짝 없이 망망대해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태풍을 만나 위태로운 고비도 맞으면서 초기엔 ‘아이고 부처님’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고 한다. 쓰시마에선 마지막 항해를 앞두고 바람에 밀린 선체가 방파제 바닥 돌을 치는 정박사고를 당해 마지막 시련을 겪어야 했다.
100일이 넘는 멀고 험한 바닷길에서 ‘공(空)’과 ‘내면의 평화’에 대한 깨달음을 정리했다는 스님은 부산 입항을 앞두고 “요트의 종착지는 부산이지만 항해의 최종 목적지는 피안”이라고 말했다.
박민영기자